최흥식 금감원장, 사실상 경질?…하나금융과의 갈등 부메랑 됐나

입력 2018-03-12 17:45   수정 2018-03-12 18:06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채용비리 의혹에 12일 전격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금감원은 이날 "최 원장이 사의를 밝혔다"고 알렸다.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이다.

과거 최 원장은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대학 동기의 연락을 받고 동기 아들의 이름을 하나은행 인사 담당 임원에게 전달하고 발표 전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최 원장, 사실상 경질"

이번 채용비리 의혹으로 최 원장은 지난해 9월11일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사임하게 됐다. 역대 금감원장 중 최단기간 재임이다.

그간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특정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하나은행 인사에 간여한 사실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최 원장은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고 조사 결과 본인이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 한 것만으로도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사의 표명은 형식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동양 사태 등으로 사임한 최수현 전 금감원장 역시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사실상 경질이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최 원장 역시 정치권이 최 원장이 연루된 채용비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 하나금융그룹과의 갈등에…부메랑 맞아

최 원장의 사임 배경을 금융당국과 하나금융그룹과의 갈등으로 풀이하는 의견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의 3연임을 확정하는 주주총회를 10여일 앞두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의 갈등이 이어져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셀프연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셀프연임 대상으로 거론된 곳 중 한 곳은 하나금융지주였다. 한달여 뒤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고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현직 회장이 참여하는 것은 객관성·공정성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갈등은 이어졌다. 금감원은 지난 1월에는 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구두와 서면으로 요청했지만, 회추위는 이를 무시하고 일정을 그대로 강행해 김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체면을 구긴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하나금융을 다시 공격했지만, 이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금감원은 2개월에 걸쳐 검사를 벌인 끝에 하나은행에서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혹과 특별관리 지원자를 분류한 VIP 리스트 등을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 원장이 하나금융 재직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최 원장이 오히려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수년 전 최 원장의 채용 관여 의혹은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하나금융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김정태 회장을 잡기 위해 칼을 뺏지만 오히려 하나금융으로부터 역습을 당했다는 것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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