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순서에 따라 상속금 달라져
빚 독촉 피하려 법적 남남되기도
'법률상 이혼' 해도 불이익 없어
재혼 부부에게 각자 자식이 한 명씩 있다. 이 부부는 별다른 문제 없이 혼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여생도 함께 보낼 것을 원한다. 그런데 최근 이혼에 합의하고 절차를 밟아 법적으로 남이 됐다. 물론 이혼 후에도 같은 집에서 실질적인 혼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이혼이라는 선택을 했을까? 이들의 혼인 생활에는 딱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다. 각자 자기 재산을 친자식에게만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재혼 부부의 자녀는 부부 중 누가 먼저 사망하는가에 따라 그 상속분에 막대한 차이가 발생한다. 먼저 사망한 사람의 자녀는 남은 배우자와 공동상속인이 되지만, 그 후 남은 배우자가 사망했을 경우에는 나중에 사망한 사람의 자녀만 상속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전에 상대 배우자의 상속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상속 포기 각서나 상속재산에 대한 협의는 사망 전의 것은 모두 의미가 없으며, 모든 재산을 자녀에게 남긴다는 유언도 배우자의 유류분 주장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이 재혼 부부는 사망 선후에 따른 상속분의 불공평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상 이혼’을 통해 각자의 재산을 오롯이 자녀에게만 돌아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법률상 이혼’은 진정 이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에 의해 이뤄진다. 가장 흔하게는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로 배우자에게 재산을 넘겨줘 채권 추심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때의 재산 분할이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과대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채권자가 입증해야 재산 분할의 효력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오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법률상 이혼도 있다. 자녀와의 상속 분쟁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이혼하는 경우다. 배우자는 재산 형성에 크게 기여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여럿이면 배우자의 상속분은 생각보다 작다. 물론 사전 증여나 유언을 통해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보다 많은 재산을 남길 수는 있지만 자녀가 유류분 등을 주장하게 되면 법정에서 분쟁을 치러야 한다. 결국 자녀와의 분쟁을 피함과 동시에 배우자의 여생을 위해 사망 직전 법률상 이혼을 통해 배우자에게 재산 분할로 대부분의 재산을 넘기기도 한다.
한편 최근 대법원 판례 속의 ‘법률상 이혼’을 들여다보면 사망 직전 이혼하면서 배우자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넘겨 결과적으로 증여세 등의 절세 효과를 보거나 이혼으로 1가구 1주택의 요건을 충족한 후 주택을 팔아 양도소득세 비과세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이 이혼신고 후에도 부부가 사실상 혼인 생활을 계속 유지한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이혼이나 재산 분할의 효력을 부인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혼인과 같은 개인의 의사가 존중돼야 하는 신분법상의 법률관계에서 내심의 의사를 알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혼신고의 시기, 재산 분할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을 때 다른 목적을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 충분하거나 특히 선의의 제3자가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면 재산 분할이라는 재산상의 법률 효과는 좀 더 쉽게 부인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법원 또한 과대한 재산 분할이라는 점이나 다른 목적이 입증된다면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의 효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기본적 입장이 다르지는 않지만 앞으로 좀 더 유연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박현진 <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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