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북한 비핵화 구체 행동이 중요"… 서훈 "일본과 긴밀히 협력"

입력 2018-03-13 18:23  

아베 총리, 서훈 국정원장 1시간 가까이 면담


[ 도쿄=김동욱/손성태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3일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잇따라 성사시킨 한국 정부의 외교 노력에 “일본도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대북정책이 ‘비핵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아베 총리는 이날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총리 관저에서 만나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일본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4강 중재외교’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북한 비핵화 위해 행동 취해야”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일본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비핵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일본의 입장을 재차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이어 최근의 ‘재팬 패싱(일본 배제)’ 논란을 의식한 듯 “한·미·일이 협력해 북한 핵·미사일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며 “앞으로 한국과 확실히 공조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 물결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려면 한·일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서 원장은 이어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일 두 정상 간 의지 결합과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면서 (대북 문제 해결의) 좋은 분위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당초 15분으로 예정된 아베 총리와 서 원장의 면담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등 일본 측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정의용, 文의 중재외교차 러시아행

서 원장은 이달 5~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대북특사단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회담했으며, 8~11일에는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만남 의사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전날 일본에 도착한 서 원장은 같은 날 도쿄 외무성 이쿠라 공관에서 고노 다로 외무상을 3시간 동안 만나 최근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서 원장은 아베 총리와 면담 후 “아베 총리가 최근의 남북 관계 진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변화 움직임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며 “앞으로 있을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협력과 협조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하고 방북 결과를 설명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바로 1박2일 일정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했다. 정 실장이 러시아에서 누구와 만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8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 실장과 면담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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