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혐의 진실공방
MB, 대부분 혐의 부인
묵비권 행사않고 활발히 진술
검찰에 편견없는 조사 부탁
시간 없어 대질신문은 안해
곰탕 저녁 후 새벽까지 공방
포토라인서 검찰에 유감 표명
"참담한 심정… 국민께 죄송
이런 일 역사에서 마지막이길"
[ 김주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해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지 1년 만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관련 뇌물수수 및 횡령, 조세포탈, 차명재산 의혹 등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20개 안팎에 달하는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검찰 다스부터 추궁
이 전 대통령과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에서 탁자 하나 사이를 두고 맞섰다. 이 방은 1년 전 박 전 대통령과 검찰이 공방을 벌인 곳이다.
검찰은 다스와 관련된 의혹부터 파고들었다.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가 ‘선공’을 맡았다. 신 부장은 “대통령님께서 다스 경영에 개입하셨나요” “다스의 주식을 차명 보유하셨죠” 등 ‘송곳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확인해 여러 범행동기나 전제 사실로 확정 짓고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직권남용, 비자금, 조세포탈, 소송비 대납 등이 공통적으로 이 부분(다스 실소유 의혹)이 전제가 되면 조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스와 관련된 의혹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는 근거에서 나온 범죄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혐의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전체적으로 부인했다”고 전했다. 비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은 “나는 모르며, 설령 그런 일이 있어도 실무진이 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묵비권 행사나 진술거부는 없었다.
재직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판사 출신 강훈 변호사와 국민소통비서관 출신 박명환 변호사, 강 변호사와 법무법인 바른에서 근무했던 피영현·김병철 변호사 등이 옆에서 이 대통령을 도왔다.
이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가 오후 5시20분에 투입됐다. 송 부장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민간부문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을 추궁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배달해 온 설렁탕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저녁엔 곰탕을 시켰다. 관심이 모아졌던 대질신문은 시간이 부족해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그동안 김백중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수사하면서 관련 진술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6문장짜리 입장문 발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 앞서 검찰청 앞 포토라인에 서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6문장짜리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검찰 조사에 대한 유감을 에둘러 나타냈다.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는 말로 입장문을 끝냈다. 수사가 정치 보복성이라는 시각을 견지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 앞서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과의 면담에서 “편견 없이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자택과 서울중앙지검 주변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검찰 출두 전에 진보성향 원외 정당인 민중민주당(옛 환수복지당) 당원 1명과 시민 4명만 자택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할 때 수백 명의 지지자가 삼성동 자택에 몰린 것과 대조를 보였다.
자유한국당 권성동·김영우·주호영 의원과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10여 명이 출두 직전 자택에서 이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 검찰은 16일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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