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두뇌 보존하겠다는 야심찬 스타트업 '넥톰'

입력 2018-03-15 02:00  



(양준영 국제부 기자)인간의 두뇌 속에 저장된 기억이나 의식을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복원하는 것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입니다. 이런 꿈 같은 일을 현실화하겠다고 나선 야심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등장했습니다.

14일 테크크런치와 디지털트렌드 등 정보기술(IT) 매체에 ‘넥톰(Nectome)’이라는 스타트업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자신들의 기술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넥톰은 최첨단 방부처리 기술을 활용해 뇌를 보존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알데히드 안정 냉동보존법(ASC)’으로 불리는 방법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맥킨타이어와 마이클 맥카나는 돼지의 뇌를 보존하는 연구로 뇌보존재단으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재단의 설립자인 신경과학자 켄 헤이워스는 “보존된 두뇌에서 누군가의 의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되살리는 것은 100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넥톰은 최근 사망한 한 여성의 뇌를 보존하는 것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맥킨타이어 창업자가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설명했듯이 큰 문제가 있습니다. 넥톰의 뇌 보존 과정이 ‘100%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뇌를 보존하려면, 몸에서 뇌를 제거해야 합니다. 넥톰은 뇌를 생생하게 보존하기 위해 마취 상태인 환자의 몸에 인공심폐장치를 연결하고, 동맥에 방부처리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실상 ‘의사조력자살’이나 마찬가지여서 윤리적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넥톰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미래를 위해 당신의 두뇌를 온전히 보전하세요”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뇌 보존을 희망하는 사람으로부터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데 1만달러를 받습니다. 단 마음이 바뀌면 전액 환불해준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25명이 신청했고, 그 중에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Y컴비네이터의 샘 알트만 창업자도 있다고 합니다. 넥톰은 “이번 세기 안에 기억과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의식을 되살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자들이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방법을 개발할 때까지 뇌를 보존하는 연구에 우선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넥톰은 지금까지 Y컴비네이터로부터 12만달러를 지원받는 것을 비롯해 1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다음주에는 데모데이 행사도 갖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넥톰의 생각을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맥길대의 신경학자인 마이클 헨드릭스는 테크크런치에 “두뇌 은행으로 미래세대를 괴롭히는 것은 오만한 행위다. 우리는 그들에게 문제를 충분히 남기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끝) /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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