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원리 이용
모듈 펼쳐지며 길이 늘어나
실험서 100g 물체 들어 올려
[ 박근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종이접기의 원리를 이용해 팔 길이가 달라지는 로봇팔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김석준 연구원, 이대영 박사후연구원, 정광필 서울과기대 교수 연구진은 딱지처럼 얇은 형태로 있다가 직육면체 상자 모양으로 펼쳐지는 장치(모듈)를 여러 개 이어붙여 팔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로봇팔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14일 발표했다.
공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로봇팔은 모터나 유압장치에서 힘을 얻어 일정한 동작을 반복한다. 최근에는 뱀이나 곤충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그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이 주목받고 있지만 재질이 약해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옮기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간극을 메워줄 새 기술로 종이접기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팔을 구성하는 모듈은 평소엔 평평한 상태로 있다가 힘줄에 해당하는 와이어가 작동하면 가로 4㎝, 세로 4㎝, 높이 10㎝의 직육면체 상자 형태로 펼쳐진다. 이 모듈을 여러 개 이어붙이면 상자가 하나씩 차례로 펼쳐지면서 팔 길이가 점점 늘어난다. 유명 TV 애니메이션 ‘형사 가제트’의 ‘만능팔’ 길이가 자유자재로 길어졌다 짧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로봇팔에 들어가는 모듈 하나 무게는 28g에 불과하지만 생후 24개월 된 아이 몸무게(12㎏)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높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실험에서 최대 70㎝까지 팔을 뻗칠 수 있는 로봇팔을 제작해 일반에 판매되는 드론(무인항공기)에 장착한 뒤 100g의 물건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듈을 활용해 기어 다니는 로봇도 개발했다. 팝업북처럼 극지나 심해, 우주에서 간편하게 펼치는 방식으로 건물을 설치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수는 “실제 드론용 팔로 사용하려면 다양한 방향의 힘을 버티고 작동 속도도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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