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경상북도 주거시설 경매물건이 ‘나홀로’ 급증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역대 최저치 경신을 지속 중이다. 한꺼번에 여러채씩 경매에 나오는 무더기 경매가 특징이다. 도대체 경북 부동산시장에 무슨 일이 일어날 걸까. 위축되는 지역경제와 경주·포항에서 잇달아 발생한 지진 등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매 물건 나홀로 급증세
15일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북 경매시장에선 지난달 주거시설 236건이 경매에 나와 91건이 낙찰됐다. 진행건수는 2015년 12월(349건) 이후 가장 많다. 전년 동월(111건)에 비해선 두 배가 넘는다. 이는 전국 경매시장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지난달 전국에선 주거시설 2964건이 경매됐다. 지난 1월 진행건수인 3626건에서 약 700여건 감소했다. 지지옥션이 경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지난달 전월보다 경매물건이 늘어난 지역은 경북과 광주(126→181건) 뿐이다.
경북 주거지설 경매 진행건수는 1월과 2월 두달 연속으로 증가했다. 작년 12월엔 17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 208건으로 늘어난 뒤 2월에도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반면 지난달 경매 관심도를 나타내는 평균 응찰자수는 전년동월(4.9명)보다 낮은 3.6명을 기록했다.
연립·다세대주택 등이 뭉텅이로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소유자가 임대 목적으로 여러 가구를 가지고 있다가 임차인을 찾지 못했거나, 미분양된 물량이라는 것이 지지옥션 관계자와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경북 구미시, 안동시, 영양군, 청송군 등에서 이런 물건이 17건 나왔다. 지난달 23일엔 경북 영양군의 한 연립주택에서 총 16가구 중 전용 73~77㎡ 3가구가 경매됐다. 이 연립주택을 개발한 업체의 보유 물량이었다. 지난달 26일엔 경북 청송군 청송읍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 전용 70㎡ 4가구와 전용 75㎡ 2가구 등 총 6가구가 경매물건으로 나왔다. 소유주가 모두 같았던 이 물건은 지난 1월부터 서로 별개의 건으로 경매돼 한 차례씩 유찰을 거쳤다. 이중 5가구는 낙찰가율 75~88%에 각각 새 주인을 찾고 전용 75㎡ 한 가구는 유찰됐다. 지난달 20일엔 경북 구미시 봉곡동의 복합건물 ‘파벨리스’에서 여섯 건이 경매로 나왔다. 이 물건은 오피스텔 10실, 다세대주택 7가구로 구성됐다. 이중 오피스텔 3실과 다세대주택 3가구가 각각 두 차례 유찰 후 감정가의 54~66%에 팔렸다.
경매를 앞둔 물건 중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경북 김천시 부곡동 ‘한울리더스’ 전용 60~85㎡ 9가구가 다음주 중 연이어 경매될 예정이다. 소유자가 모두 같다. 경북 구미시 형곡동 ‘형곡오딧세이’전용 34~35㎡ 세 가구도 다음달 경매된다. 소유주는 모두 동일인이다. 경북 포항시의 한 다세대주택은 8가구 중 세 가구가 같은 소유자 명의로 다음달 경매된다.
◆인구 감소 뚜렷
경북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부동산 임대업자들이 경매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경북 지역 인구는 2014년부터 5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엔 순전출자 수가 988명, 2015년엔 577명에 그쳤으나 2016년엔 3151명, 작년엔 5581명이 줄었다. 지난 1월엔 2055명이 경북을 빠져나갔다. 내집마련이 필요한 청년층의 비율도 낮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하반기 시군별 주요고용지표 집계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 비중 하위 5개 지역 중 3곳이 경북 소재 시군구다. 전국 154개 시군구를 조사한 결과다. 청송군(4.4%), 영양군(4.9%), 봉화군(5.0%) 등이다. 반면 55세 이상 고령층의 취업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의성군(62.8%), 군위군(61.5%), 청송군(61%) 등이 전국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게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지난달 통계청은 ‘1월 고용동향’에서 경북지역 취업자가 137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만5000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 6000명, 사무종사자 6000명이 늘었지만 서비스·판매종사자 1만7000명, 관리자·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1만명이 감소했다. 경주와 포항에서 잇달아 지진이 발생한 영향으로 고향을 등지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의성군 K공인 대표는 “젊은이들은 부산 등 인근지역으로 떠나거나 아예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긴다”고 전했다.
◆매매가격도 하락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북 주택 시세는 작년 11월 이후 꾸준히 내리고 있다. 작년 11월 주택시장의 매매가격지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경북의 지난달 매매가격지수는 99.6이다. 같은 기간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100.5로 상승했다.
구미시 비산동 ‘강변보성타운’ 전용 59㎡는 2015년 9월 1억2250만원, 2016년 6월 1억1300만원 등에 손바뀜됐으나 최근 6개월간은 7500만~84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에는 같은 주택형이 7850만원에 팔렸다.
영덕군 ‘영덕우진센트럴하임’ 전용 84㎡는 2016년 5월 2억1200만원에 팔린것이 단지 최고가다. 작년 11월 이후로는 2억원을 넘긴 거래가 없다. 지난 1월 말엔 1억9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 단지나 입주연차가 10년 미만인 단지도 가격이 주춤하긴 마찬가지다. 구미시 송정동 푸르지오캐슬A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중순 2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15년 3월 낸 매매가 고점(3억3400만원)보다 4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안동시 태화동 ‘안동롯데캐슬’ 전용 84㎡는 2016년 9월 2억6200만원에 팔렸으나 지난달 중순 2억4700만원에 매매됐다.
입주 5년차를 맞은 ‘안동호반베르디움’ 전용 84㎡는 지난달 초 2억7250만원~2억9600만원에 세 건 거래됐다. 모두 2016년 8월 실거래가인 3억1500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경주시 황성동 ‘e편한세상황성’ 전용 84㎡는 2016년 3억선을 넘겼고 작년 1월 3억5900만원에 팔렸다. 약 1년 후인 작년 12월에는 약 6000만원 하락한 3억원에 팔렸다.
◆미분양 물량 급증
입주자를 찾지 못한 미분양 주택도 느는 추세다. 지난해 8월 8269가구에서 12월 7630가구로 다소 줄어드는 분위기였지만 올해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 경북 미분양물량은 7806가구로 작년 12월보다 2.3% 늘었다. 건설사들은 경북을 신규 분양 사업 리스크가 큰 곳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선 향후 1년간 분양사업 양호지역으로 경북을 택한 응답률이 0%였다.
입주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침체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북 입주물량은 2014년 이래 계속 증가세다. 2014년 7862가구, 2015년 1만5301가구에 이어 2016년엔 1만5660가구가 입주했다. 작년 입주물량은 2만4115가구에 이른다. 올해는 5년래 최대치인 2만472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구미시 ‘문성2지구 서희스타일스’(977가구), 경주시 ‘현곡푸르지오’(964가구)가 지난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다음달엔 경산시에서 ‘협성휴포레경산대평’(494가구)이 집들이를 한다. 이어 5월 ‘삼도뷰엔빌W’(1213가구), 8월 ‘펜타힐즈더샵2차’(791가구) 등이 입주한다. 경주시 ‘미소지움’(793가구), 구미시 ‘세영리첼’(901가구) 등도 입주가 예정돼 있다.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역경제 기반인 중후장대산업 침체로 인한 구조조정, 지진, 공급과잉 등 수요를 위축하는 악재가 많다”며 "고용 악화로 지역내총생산(GRDP)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다 공급 예정물량도 많아 당분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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