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굴삭기로 업계 리드할 것" 양성모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입력 2018-03-15 18:17   수정 2018-03-28 16:22

설립 20년만 매출 5.4배, 굴삭기 생산 3.7배 증가
생산 R&D 핵심기지된 창원, 해외선 '전차부대'로 통해
"볼보 역사상 가장 성공적 M&A" 창원공장에 1.2조 투자
2020년 전기굴삭기 판매…연료비 소음 기존의 10%수준
무인굴삭기 개발 앞서 운전자 도와주는 첨단 기술 선보여
中 6위에서 4위로, 인도 대형 1위 "신흥시장 쏠림엔 대비"




“100% 전기로 구동하는 무선 굴삭기를 2020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양성모 볼보그룹코리아 사장(사진)은 15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설립 20주년을 맞아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굴삭기도 내연기관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0년 런던 파리 등 유럽 대도시의 배기가스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굴삭기로는 영업이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가장 앞서 전기 굴삭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볼보그룹은 1998년 7월 삼성중공업의 건설기계 사업부문을 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국내 굴삭기 시장에 진출했다. 볼보그룹은 세계 5대 글로벌 건설장비업체로 볼보건설기계코리아(창원공장)는 국내 굴삭기 시장서 두산인프라코어에이어 현대건설기계와 함께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전기굴삭기로 앞서가는 볼보

볼보건설기계는 2017년 5월 세계최초로 100% 전기로 구동되는 굴삭기 시제품‘EX2’를 공개했다. 그동안 전기와 디젤유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형’굴삭기가 개발된 사례가 있지만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100%전기로 움직이는 무선 굴삭기가 선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 제품은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고 기존 디젤유로 구동하는 굴삭기보다 연료비가 10분1로 절감되고 소음은 90%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성모 사장은 “전기굴삭기 도입은 환경보호 차원만은 아니다”라며 “연료효율성면에서 기존 굴삭기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고 소개했다. 기존 굴삭기는 가동 과정에서 연료에너지의 70%가 손실되는 반면 볼보의 전기굴삭기는 30%만 손실되고 나머지는 모두 동력에너지로 전환된다. 양 사장은 “비싼 전기굴삭기의 가격도 배터리 가격 하락에 따라 대중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볼보건설기계는 무인 굴삭기 개발의 전 단계로 운전자를 도와주는 각종 첨단 기술도 선보였다. 볼보는 굴삭기에 각종 센서가 부착돼 사이드미러 없이도 운전자 주변 360도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스마트뷰’기능을 상용화했다. 그는 “스마트뷰와 각종 충돌 및 전복 위험 감지 시스템으로 인명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며 “운전자가 원하는 각도와 깊이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실행하는 굴삭기가 연말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볼보의 첨단 기술력이 창원공장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원공장은 볼보의 모든 굴삭기 신제품을 가장 먼저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시험공간)다. 신제품은 창원공장내 첨단기술개발센터에서 가상시뮬레이션으로 검증을 받고, 이후 시제품을 통해 다시 검증을 거친다. 볼보그룹은 그동안 창원공장 인수와 설비 개선, R&D 등에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양 사장은 ”볼보는 가장 앞선 기술을 한국에 먼저 시범 적용하고 매년 최신 설비 교체로 500억~700억원을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볼보 역사상 최고 M&A

양 사장은 “볼보그룹은 삼성중공업 사업부 인수한 것을 그룹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수합병(M&A)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출신의 우수한 인적자원, 높은 생산효율 등으로 업계 최고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공장은 1998년 매출 3700억원에서 2017년 2조원(2017년 추정)으로 5.4배 증가했고 굴삭기 생산량은 같은 기간 3600대에서 1만3261대로 3.7배로 늘었다. 볼보그룹 전체 굴삭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창원공장 비중 역시 15%에서 50%로 확대됐다. 창원공장 생산량의 80%는 12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창원공장은 굴삭기 핵심부품인 메인콘트롤밸브(MCV)의 글로벌 공급처다.

MCV는 굴삭기의 힘, 속도, 방향 등을 제어하는 각종 유압장치가 연결돼 ‘굴삭기의 심장’으로 불린다. 중국내 볼보 굴삭기의 70%는 창원공장에서 만든 MCV를 장착했다. 작년 창원공장 MCV 생산량은 전년보다 54.5%증가했다. 창원공장의 영업이익률은 11%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다. 볼보그룹은 막강한 생산성과 조직력으로 일명 ‘전차부대’로 불리는 창원공장에 매년 200여명의 전세계 임직원을 보내 벤치마킹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양 사장은 최근 시황에 대해 “중국과 인도 굴삭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변동성도 심하기 때문에 국가별로 쏠림현상이 없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보는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이 6위에서 4위로 올랐고, 인도에서도 30t 이상 대형굴삭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신흥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 매출 비중은 유럽이 35%, 북미가 25%, 중국이 25% 등으로 고른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광산개발로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등에서 매출이 늘고 있다"며 "이란과 네팔 등 신규시장도 적극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삼성중공업으로 입사해 볼보그룹 유럽과 북미 등에서 마케팅 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1월 사장이 됐다. 굴삭기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건설기계인의 날'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볼보의 강점에 대해 “사수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는 관행이 없다”며 “회사내 모든 기술과 노하우가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됐기 때문에 신입사원이라도 창의성을 쉽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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