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갭 투자자 '고의 경매' 의혹

입력 2018-03-15 18:56   수정 2018-03-16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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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름 빌려 경매 넘긴 뒤
'차라리 사라' 세입자들 회유"



[ 전형진 기자 ] 경기 동탄신도시에서 ‘깡통 전세’가 속출하자 전세를 끼고 매입한 갭 투자자가 집을 고의로 경매에 넘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자 세입자에게 집을 떠넘기려는 시도다. 한 사람 명의로만 아파트 59채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온 데 이어 수십 채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세입자가 불안에 떨고 있다.

15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가 소유한 동탄신도시 소재 아파트 28채가 16일 1회차 입찰을 한다. 이와 별도로 31채가 2회차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2건은 취하됐고, 3건은 낙찰됐다.

인근 중개업소와 A씨 소유 아파트 세입자들은 A씨가 허위로 집을 담보로 제공한 뒤 경매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한 경매 전문가는 “지인들과 형식적인 돈거래를 한 뒤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경매를 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돈을 빌려준 뒤 한 달 만에 경매를 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능동 M공인 관계자는 “집을 경매로 넣은 세 명의 채권자 가운데는 A씨 부모도 포함됐다”며 “나머지 한 명도 친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세입자는 “A씨가 경매로 넘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집을 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회유하고 있다”며 “그마저도 시세에 500만~1000만원의 웃돈을 얹어 제안하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울분을 토했다.

경매로 나올 A씨 소유 집이 더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직 경매로 넘어가지 않았지만 지난 1월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가 12채나 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들의 채권자 C씨는 A씨의 처형인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에선 추측했다. 만약 C씨까지 집을 경매에 부친다면 A씨의 아파트는 총 71채가 경매로 나오는 셈이다. 현지 S공인 관계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이미 경매로 떠넘긴 아파트를 합치면 100채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세입자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 세입자는 “동탄2신도시에 분양받은 아파트의 준공이 다가와 이사할 계획이었는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집을 떠안을 처지”라며 “잔금을 어떻게 해결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갭 투자가 성행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고의 경매가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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