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1년… '희망고문' 당하는 중국 롯데

입력 2018-03-15 19:56   수정 2018-04-14 01:30

87개 대형마트 영업정지 여전
선양 롯데타운 공사 15개월째 중단
청두 복합단지 공사만 재개
"4월 되면 달라지려나" 기대만



[ 류시훈 기자 ] 중국 청두의 롯데복합단지 현장에서는 요즘 기초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6만6000㎡ 부지에 1조원을 들여 1단계로 아파트 단지를, 2단계로 호텔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등 상업시설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건물 연면적만 54만㎡에 이른다. 한국과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지난해 11월 초 공사가 재개됐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이 공사를 중단시킨 지 10개월 만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롯데의 중국 사업장 중 정상화된 곳은 청두 현장뿐이다. “청신호다. 공사가 중단된 선양 롯데타운과 영업정지된 롯데마트에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란 당시 기대는 아직도 ‘희망사항’이다.

15일은 한한령 1년이 된 날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두 번이나 만나고,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것이란 얘기가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유독 롯데에는 가혹한 보복 조치가 멈추지 않고 있다. 현지 롯데 직원들 사이에선 “봄이 오긴 오나”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청두보다 더 큰 규모인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현장은 여전히 멈춰 있다. 롯데는 2008년부터 선양에 연면적 145만㎡ 규모로 대규모 주거·쇼핑·관광단지 건설에 나서 2014년 1단계로 롯데백화점을 완공했다. 롯데는 이 부지에 롯데타운을 조성해 2019년 정식 개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6년 말 선양시 당국이 ‘행정절차 미비’를 이유로 중단시킨 공사가 15개월째 재개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과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마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영업정지된 74개 점포 중 영업이 재개된 곳은 하나도 없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99개 대형마트와 13개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3월 이후 74곳의 영업을 잇달아 중단시켰다. 롯데가 안전을 이유로 영업을 중단한 13개 점포를 합하면 87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롯데가 추진 중인 중국 롯데마트 매각은 사실상 중단돼 있다. 롯데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와의 협상은 영업정지가 풀려야 할 수 있는데, 기약이 없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뿐 아니라 다섯 개 점포를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의 타격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드 보복 이후 롯데는 중국에서 약 2조2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를 포함한 유통부문이 약 1조2000억원, 면세점 등 관광·서비스부문 피해가 약 8000억원에 이른다. 식품 등 기타 부문에서도 2000억원의 손실이 났다.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는 20개나 된다. 막대한 손실에도 롯데가 중국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4월을 기대하고 있다. 시 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개헌이 이뤄진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롯데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말단에선 작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일부 지방정부에서 사업장 설계도면을 가져오라고 하는 등 소통이 시작되고 있다”며 “4월이 되면 뭔가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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