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성추행 의혹 반박 … 프레시안과의 '치킨게임' 쟁점 3가지

입력 2018-03-16 14:41   수정 2018-03-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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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당일 자신의 행적을 증명할 수백장의 사진이 있으며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의원은 16일 "성추행이 있었다고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종일 5∼10분 간격으로 동영상을 찍듯이 저의 행적을 촬영한 사진을 780장 확보했다"며 "프레시안이 이 증거를 보고도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지 보겠다. 이제는 성추행 의혹을 두고 더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을 통해 처음 폭로된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정봉주 측과 언론사 간의 진실게임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쟁점 3가지를 살펴봤다.




◆ 12월 23일 렉싱턴 호텔에서 만났다 vs 아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와 지난 2011년 12월 23일과 24일에 만나지도 않았고 성추행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프레시안은 이날 오후 "정 전 의원과 2011년 12월 22일부터 26일까지 잠자는 시간 빼고 함께한 팬클럽의 카페지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23일 렉싱턴 호텔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카페지기는 프레시안에 "안 그래도 바쁜데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해서 호텔에 갔다. '빨리 나오셔야 하는데' 하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증언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머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30분 정도였다. 길게 잡아 40분 정도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실이 아니다.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제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면서 "저의 존재와 인격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의 그 한마디 때문에 잊지 못할 그날의 상처도 이제 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구나 하는 절망스러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하는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면서 "이 사람의 성폭력 기준에서는 강제로 여성을 껴안고 키스를 하는 행위 정도는 기억에도 남지 않는 사소한 일이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니 숨이 막히고 소름이 돋는다. 왜 늘 '기억'은 피해자의 몫이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 단 둘이 만난 적이 있다 vs 없다

최초 보도에 따르면 당시 기자지망생이었던 '나꼼수 지지자' A씨는 정 전 의원의 강연을 들으며 친분이 생겼고 추후 둘이 만나자는 요청에 렉싱턴 호텔에 나갔더니 '네가 마치 애인 같다, 어느 언론사 전형을 진행 중이냐, 성형도 해 줄 수 있다, 일이 이렇게 풀리지 않으면 졸업도 축하해주려 했었다'고 성희롱 해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데 자신을 안고 입맞춤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의 보도는 '대국민사기극'이라면서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와 A씨 등은 같은 학교친구들이다. 나꼼수 지지자로서 공식모임에서 두세번 만났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들은 지난 2011년 11월께 경희대에 강연을 갔을 때 처음 보았다. 강연을 마치고 내려온 내게 이들은 같은 대학교 친구들이며 같이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당시 진행하고 있던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했다. 하지만 A씨를 성추행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이 무렵 제가 서어리 기자 등과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은 일이 몇 번 있었을 수도 있다”며 “당시 저는 나는 꼼수다 멤버이자 현역 정치인으로, 다수의 제 지지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가 서어리 기자와 A 씨, 그리고 그 친구들을 직접 만난 것은 이것이 전부이며, 그 외에 이들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을지병원에서 어머니를 병문한 시간이 오후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기 때문에 피해자 측이 정 전 의원과 만남이 있었다고 하는 오후 2시 전까지 여의도 호텔까지 가는 게 불가능하다"면ㅅ 당일 행적을 상세히 공개하고 "저는 2011년 12월 23일(금요일)이건, 12월 24일(토요일)이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A씨를 만난 사실도, 성추행한 사실도 없고, 그 전후에도 A씨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 성추행 의혹은 정치적 의도일 뿐 vs 서울시장 맡겨선 안돼

A씨는 7년 전의 일을 이제 와 폭로하게 된 것은 정 전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그런 큰일을 맡길 수 없다며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이 사람은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 측은 최초 보도 이후 서울 연희동 경의선 숲길에서 열릴 예정이던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는 "이명박 BBK 저격수였다는 이유로 10년간 정치적 사망상태에 있다가 재기를 위해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로 한 날 오전에 맞춰 보도한 것은 시기가 매우 의도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허위 보도로 정치적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고 성추행범으로 낙인찍혀 회복하기 힘든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게 됐다"면서 "허위기사에 대한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한다. 이것이 없다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을 비롯해 자신의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 5곳의 기자 6명을 고소했으나 프레시안을 제외하고는 고소를 취하했다.

변호인단은 16일 "일부 언론이 유감의 뜻을 전해왔고, 객관적 물증이 확보된 상황에서 굳이 다수 언론에 대한 고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프레시안 기자들을 제외한 모든 피고소인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또한 정 전 의원의 발언에 가만 있지만은 않았다. 프레시안은 이날 오후 성추행 의혹과 관련 자사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협박 및 허위보도로 규정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사건 의혹을 제기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22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으나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선거에 나갈 수 있게 돼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해 왔다.

정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신청한 상태며 당은 '미투 운동'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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