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북관계 청신호 밝힌 평창 스포츠 외교

입력 2018-03-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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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 전기 마련한 평창올림픽
역사에 남을 '올림픽 유산' 되기를"

권소영 <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비교정치학 >



성황리에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의 감동을 이어받은 평창 동계패럴림픽도 폐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보편적 가치를 전파하고 유·무형의 유산을 남긴다.

화려한 기술력과 뛰어난 조직력, 스포츠 스타 등 개최국에 대한 이미지는 기억되고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스포츠 시설과 재건된 도시, 변화된 국민들의 인식, 글로벌화 등은 올림픽 유산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그중 평창올림픽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하나 꼽으라면 성공적인 스포츠 외교라고 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 실현의 전기를 마련하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점은 올림픽 역사에 남을 만한 거대한 유산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직전 한반도에는 위기일발의 긴장 상태가 지속돼 누구도 성공적인 올림픽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 기간에 경기만큼 숨가쁘게 진행된 외교적 노력의 결실은 10여 년간 단절됐던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가 됐고,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성사란 결실로 이어졌다.

스포츠의 힘은 강력하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소위 ‘핑퐁외교’를 통해 냉전체제에서 수십 년 넘게 반목해 온 미·중 간의 불편한 관계를 하루아침에 호전시킨 바 있다. 핑퐁외교는 1971년 중국의 초청으로 미국 탁구 선수단이 중국에서 탁구 경기를 한 뒤 닉슨 대통령이 20년 넘게 지속된 중국에 대한 무역금지 조치를 해제한 사건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분쟁갈등을 중재하거나 경색된 국가 간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외교적 도구로 아주 효과적이다.

하지만 핑퐁외교 이후 이를 벤치마킹해 2011년에 진행된 미·중 농구외교의 사례만 봐도 스포츠만으로는 성공적인 외교가 이뤄지기 어렵다. 스포츠 외교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바로 타이밍이다. 외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에 스포츠 행사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대표단 참가와 같은 상징적인 정치적 행위를 외교적 갈등 해결을 위한 기폭제나 프로세스 가속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몇 달 앞두고 이런 전제조건들이 마련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스포츠 외교의 긍정적인 역할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다.

스포츠 외교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행사는 외교적 돌파구를 찾거나 갈등 해결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그 이후의 후속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핑퐁외교나 서울올림픽, 시드니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등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과 북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략적으로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활용해 대화의 기회를 열고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앞으로 열릴 정상회담과 비핵화를 위한 협상 등에서 좋은 성과를 이어가 성공적인 스포츠 외교의 새 역사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올림픽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냉전 종식에 기여한 평화올림픽으로 역사에 기억됐듯이, 평창 동계올림픽도 일촉즉발의 한반도와 동북아에 화해와 평화의 기회를 가져온 올림픽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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