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00여개 택배 처리
"일 고되지만 가족애 넘쳐요"
[ 장현주 기자 ] 지난 15일 오전 8시. 서울 상일동 CJ대한통운 신(新)상일대리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지만 전우태 점장(39)을 비롯한 6명의 직원들은 택배물을 분류하느라 여념이 없다. 분류를 마친 택배는 동선에 따라 배송기사가 배정된다. 그런데 배정된 배송기사의 성이 전부 전씨다. 전 점장은 “아버지와 친형, 친동생이 모두 직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구, 동생, 동생 친구 등으로 팀을 꾸려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컬벤저스’(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처럼 신상일대리점은 가족, 친인척, 지인으로 구성된 ‘가족 택배단’이다. 29세이던 2009년 택배기사를 시작한 전 점장은 대규모 재건축을 앞둔 상일동의 가능성에 주목해 2015년 집배점을 냈다. 곧 형과 동생이 합류했고, 아버지도 힘을 보탰다. 이후 처남, 막냇동생의 오랜 친구가 차례로 합류했다.
일손이 달릴 때 가족이 임시로 도와주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 같은 가족 택배단은 거의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된 일이라 사람 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상황에서 성실한 택배기사의 확보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다. 가족 택배의 장점으로 전 점장은 팀워크와 소통을 꼽았다. 그는 “택배업에서는 직원 관리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가족끼리 운영하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한다”고 말했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 ‘맞춤 영업’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아버지 전영호 씨(66)는 “35년간 화장품 가게를 운영한 경험으로 잘 안 뚫리는 거래처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업 노하우를 살려 비슷한 연배의 경비원들을 공략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
이들 가족의 목표는 각자의 집배점을 갖는 것이다. 전 점장은 “시작할 때 월급 500만원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모두가 자신의 집배점을 운영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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