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봄 정취에 반하고… 술 향기에 취하네

입력 2018-03-18 14:27  

봄에 떠나는 술도가 여행


[ 이선우 기자 ]
하늘과 땅에서 새로운 기운이 움트는 봄이다. 따스한 봄볕을 따라 술도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붉은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따뜻한 분위기를 즐겨도 좋고 선한 벗들과 누룩 향 깊은 막걸리 잔을 부딪쳐도 좋다. 봄에 취한 그대에게 그윽한 향이 남을 것이니.

머루와인 머루드서 ‘파주 산머루농원’

산머루농원은 머루와인을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농원이 있는 감악산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품질 좋은 머루 재배지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1979년 재배를 시작한 이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며 연간 400여t의 산머루를 수확하고 있다. 9~10월 중순 이곳에서 수확한 산머루는 당도가 높아 와인 ‘머루드서(Meoru de seo)’의 주재료로 사용된다.


농원에선 머루와인 시음과 생산 시설 및 와인 숙성터널을 둘러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와인을 직접 병에 담고 자신의 사진으로 만든 라벨을 붙이는 ‘나만의 와인’ 체험은 방문객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농원 투어를 마치고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6·25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교각을 전쟁 전 철교 형태로 재현해 별도 출입허가 절차 없이 민통선 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관광형 인도교 ‘내일의 기적소리’가 있다.

바다의 선물 ‘안산 대부도 그랑꼬또’

경기 안산시 대부도는 넓은 갯벌과 당도 높은 포도로 유명하다. 사계절 내내 햇빛이 풍부하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대부도는 온화한 해풍과 미네랄 성분이 가득한 토양에 주민들의 정성과 기술이 더해진 대부도 와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부도의 30여 개 포도 농가가 조합을 결성해 한국 와인의 대표 브랜드 ‘그랑꼬또’ 제품을 제조, 판매한다. 한국인의 입맛과 한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랑꼬또 제품 전문 와인숍과 생산연도별 와인을 감상하고 시음할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하며 와인 관련 교육을 한다.


대부도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대부해솔길 1코스는 낭만적인 풍경과 눈부신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대부도 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해 북망산~구봉약수터~낙조전망대~구봉선돌~종현어촌체험마을 등을 거치는 코스다.

그윽한 단맛 일품 ‘양평 허니비와인’

양평의 허니비와인은 꿀에 효모를 더해 당분을 알코올로 발효시킨 꿀와인이다. 꿀을 섞은 와인과는 개념이 다르다. 단맛이 매우 강할 것 같지만 일반적인 스위트 와인보다 달지 않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오히려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난다. 허니비와인은 출시 첫해인 2012년부터 국내외 무대에서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허니비와인을 개발·생산하는 아이비영농조합은 생산시설을 정비해 꿀과 와인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등급 꿀의 맛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벌통 50개 규모의 일반인 분양도 계획 중이다.

주변 여행지로는 두물머리가 있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곳이다. 아침에 자욱하게 피어나는 안개도 유명하고 많은 드라마와 영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전통술 문화공간 ‘포천 산사원’

전통술과 술 문화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전통술 박물관이다. 다양한 종류의 술 시음과 체험을 통해 전통술 문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술 문화 공간이다. 전통술 박물관에는 누룩틀과 소줏고리 등 전통술과 관련한 주기와 국내에서 보기 힘든 고서 등 자료 1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통술 제조과정을 미니어처 인형을 이용해 재현해 놓았고 술 재료로 사용되는 쌀과 누룩, 산사 열매, 매실, 한약재 등 각종 재료도 직접 볼 수 있다. 산사원 1층의 시음마당에선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하는 생술과 세시주 등 20여 종의 전통술과 술지게미를 활용한 음식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다.


또 방문객이 우리 술 빚기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가양주 교실을 운영하며 외부 산사정원에는 어른 키만 한 항아리 수백 개에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포천의 국립수목원 인근 고모리는 커피향이 진한 마을이다. 저수지 부근에 카페와 음식점이 모여 고모리 카페촌을 형성하고 있다. 직동삼거리 부근에는 새로 생긴 감각적인 카페와 소품 전문점들이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막걸리의 역사 ‘양평 지평막걸리’

지평막걸리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 1925년 양평군 지평면에 지평주조장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약 100년 동안 4대째 전통 주조 방식 그대로 전통 막걸리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양조장 건물은 처음부터 막걸리 주조를 위해 설계하고 지어졌다. 지붕 위 통풍 장치와 천장 사이의 왕겨층 공간이 온도와 습도를 자연적으로 조절해 최상의 막걸리 맛을 유지해준다. 최근 물량이 늘어 현대식 양조장을 증설했지만 아직 대형 항아리에서 발효와 숙성 과정을 거치고 누룩은 옛 양조장 건물에서 배양한다.

지평양조장을 찾아갈 때 1일과 6일 열리는 지평오일장 장날에 일정을 맞추면 더욱 좋다. 규모는 작지만 풋풋한 시골마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장은 지평면사무소 주변에서 열린다.

대를 잇는 전통주 명가 ‘화성 배혜정도가’

배혜정도가의 배혜정 대표는 주류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평생을 전통약주만 생각한 고(故) 배상면 선생의 딸로 그에게 술과 누룩 이야기는 삶의 일부이자 일상이었다. 막걸리에 대한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막걸리 양조장을 창업했다.

누룩 고유의 향과 자연 탄산의 청량감이 좋은 ‘배혜정도가 생막걸리’, 합성 감미료를 빼고 웰빙화한 ‘호랑이 생막걸리’, 자색고구마와 송산포도 등 지역의 천연 재료로 맛을 낸 프리미엄 막걸리 ‘부자’ 등 출시하는 제품마다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양조장 입구에 시음장과 교육장을 만들어 탁주공장 견학과 술 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양주 이론 교육과 증류주 실습을 병행하는 실습 코스는 가양주 전문인 사이에서도 인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배해정도가가 있는 화성시는 온천이 발달한 곳으로 주위에 율암온천이 있다. 이곳은 지하암반에서 용출하는 천연 온천수로 약 알칼리성 성분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수질을 자랑한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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