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엘살바도르 큰손을 알아야 중국·미국 시장 보인다

입력 2018-03-18 18:01  

포마·시만·크리에테 가문 등 중미 전역서 큰 영향력 행사하는
엘살바도르 자본가 적극 활용을

이훈 < KOTRA 과테말라 무역관장 >



인구 640만 명에 국토 면적은 전라도 크기에 불과한 작은 나라. 높은 실업률에 지하자원도 없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도미(渡美)한 인구만 200만 명에 달해 미래라고는 보이지 않는 나라. 게다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높은 피살률과 조직범죄로 얼룩진 이미지까지…. 스페인어로 ‘구세주’를 뜻하는 중미(中美) 국가 엘살바도르의 우울한 단면이다.

그러나 중미 경제를 좌우하는 자본가 중 유독 엘살바도르인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들은 ‘중미의 유대인’이라 불릴 만큼 상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이들에 대한 이해는 중미 경제 흐름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옛날부터 이곳에는 ‘엘살바도르 14가문’이라는 말이 있다. 가문 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대략 8개 내외의 기업체가 중미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큰손으로 성장했다. 국토가 작고 자원이 없어서였을까. 엘살바도르 자본가들이 다른 중미권 부호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면 이들의 시선이 나라 안에 머무르지 않고 중미 전체를 향해 있다는 점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지 않았던가. 곧 발효될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3대 엘살바도르 자본가 가문을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첫째, 스페인 출신 포마 가문이다. 부동산 개발 및 유통업 최강자다. 초대형 쇼핑몰을 중미 전역에 흩뿌려 놓았다. 중미 방문길에 으리으리한 쇼핑몰에 놀랐다면 이 가문 소유일 가능성이 높다. 숙박업에도 뛰어들어 미국 마이애미부터 중미 전체,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까지 인터컨티넨탈 계열, 메리어트 계열을 포함해 총 28개 호텔을 운영하는 업계 공룡이다. 자동차 딜러 엑셀 오토모트리츠도 이 가문 소유다. 중미 전역에서 현대·기아자동차, 도요타, 미쓰비시, 마쓰다, 닛산, 혼다, BMW, 포드 등 유수의 브랜드를 유통한다.

둘째, 팔레스타인 출신 시만 가문이다. 20세기 초반 작은 상점으로 시작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4개국에 14개의 백화점식 쇼핑센터를 거느린 대형 유통업체로 우뚝 섰다. 엘살바도르 HSBC은행을 소유하는 등 금융업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셋째, 미국 출신 크리에테 가문이다. 중미 내 독보적인 항공운수업 재벌이다. 1961년 영세항공사였던 TACA항공 인수 후 공격적인 경영으로 파나마 COPA항공을 제외한 중미 5개국 항공사를 모두 인수합병했다.

이들 3개 가문은 대표적인 사례일 뿐 중미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엘살바도르 기업인은 더 많다. 나라가 작다고 기업가의 자본력도 작을 것이라는 편견은 이곳에서만큼은 오산이다.

지난 2월21일 한국은 과테말라를 제외한 중미 5개국과의 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는 지역 내 다자개발은행인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가입의향서를 지난 1월25일 제출했다. 출자 금액은 총 4억5000만달러, 지분율 7.58%로 역외회원국 중에선 대만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한편 필자가 몇 차례 엘살바도르 출장을 통해 받은 느낌은 다른 중미 국가에 비해 한국인과 ‘코드가 잘 맞는다’는 것이다. 공무원과도 말이 잘 통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겉보기엔 작지만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는 곳이 중미다. 한국 기업이 사업 수완 좋은 엘살바도르 자본가를 활용해 중미 시장에 진출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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