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인구절벽' 본격화… 불안감 커지는 주택시장

입력 2018-03-18 19:15   수정 2018-08-28 16:42

세계 주택시장에 '조정 경고등'
미국 경제학자 "한국 부동산 시장
올해부터 장기침체 접어들 것"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요즘 들어 대내외 주택시장의 장기 호황세가 꺾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주택가격지수는 19분기 연속 상승세가 멈췄다. 유럽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주택시장 가격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주택시장도 시진핑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 힘입어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국내 주택시장에도 불안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수도권 인접 지역까지 북상 중이다. 오피스텔 청약은 아예 한 건도 없는 ‘제로’ 상황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부터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앞두고 경매시장에 출회되는 매물도 급증세다.

‘하우스 유포리아’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세계 주택시장에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다. 2년 전 IMF는 세계 주택시장의 ‘대붕괴(GHC: Great Housing Crash)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달 들어 가격변수 움직임에 가장 신중한 자세를 취해오던 스위스중앙은행(SCB)이 세계 주택가격 하향 조정 위험을 경고했다.

거품 붕괴와 하향 경고 위험이 잇달아 제기되는 대내외 주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격수준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 가격의 적정선 평가는 구매력 면에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 투자 면에서 주택수익비율(P/R)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P/I는 주택 총 취득비용을 개인의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과거와 비교해 높으면 현재 주택자산 가치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P/R은 주택 총 소요비용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수치로, P/I와 마찬가지로 과거보다 높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P/I를 산출해보면 대부분 국가의 주택 가격이 장기 평균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P/R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계 주택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높고 투자 수익 면에서도 크게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주택시장 선행지표인 거래량이 위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시장 대기자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시장 대기자금이란 주택매각 자금과 매입계획 자금을 말한다. 투자 양대 원칙인 ‘안정성’과 ‘수익성’ 중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선호’로 구분할 때 주택시장 대기자금은 전자와 후자의 경계, 즉 준안정성 성격(quasi-flight to quality)이 짙다.

주택시장 대기자금이 주택시장에 그대로 머물 가능성이 높아 일단 가격이 꺾이기 시작하면 경기에 미치는 자산효과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식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탄력성은 0.03~0.04인 데 비해 주택가격 변화의 소비지출 탄력성은 0.1~0.15로 주식의 세 배에 달한다.

한국 주택시장 대기자금은 그 어느 국가보다 주택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주택시장 대기자금과 주식매입자금 간 대체계수는 ‘0.2’ 내외로 주요 국가와 비교해 가장 낮게 나온다. 비대칭성도 존재한다. 주식매도 자금이 주택매입 자금으로 유입될 가능성보다 주택매각 자금이 주식매입 대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훨씬 낮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국내 주택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1 내외로 미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 국민의 주 거주 수단이면서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 탄력성은 0.23으로 미국보다 높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때 경기둔화에 미치는 역(逆)자산 효과가 크게 나온다.

자산효과는 소비이론에서 ‘항상소득가설’과 ‘생애주기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정 가구는 생애에 걸쳐 소비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어 소비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자산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의 경우 자산효과가 크다는 것은 생애소득에서 아파트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는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인구절벽(The Demographic Cliff)’에서 ‘한국 부동산(특히 강남지역) 시장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본 시기다.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심리적 동요는 무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하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가져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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