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신조어를 얼마나 아는지 묻는 ‘아재 테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필자는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을 두고 나름 젊은 감각도 있다고 여기던 터라 쉽게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영락없는 ‘아재’였다.
그나마 가장 자신 있게 맞춘 단어가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줄임말인 ‘워라밸’이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개방형 사전에도 올라와 있다고 하니, 우스개로만 볼 일도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신조어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워라밸에도 우리의 일상과 바람이 담겨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오랜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야 했던 고단함이 숨겨져 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대중의 관심은 자신과 가족의 삶을 향하고 있으며, 워라밸은 직장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직장 선호도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높은 연봉을 선택한 구직자는 31%에 머문 반면 직원 복지를 비롯한 워라밸 항목에 응답한 비율은 68%에 달했다.
사회의 변화도 이미 시작됐다.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해 주당 68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었다.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복지 제도를 만드는 것만이 워라밸의 전부는 아니다. 제도와 함께 직원들이 이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워라밸 향상을 위한 이런 노력들은 직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장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본인 스스로의 역할이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한 시민의 질문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아주 행복합니다.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습니다.”
워라밸은 사회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과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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