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재정정책으로 도심 주변 인프라 투자 강화
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 통해 경기부양 나서야
김정식 < 연세대 교수·경제학 >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는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등 세계와 신흥시장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21일(현지시간)엔 제롬 파월 Fed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시장 전망대로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2015년 12월 이후 여섯 번째이며, 올해 중 최대 세 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먼저 환율을 크게 변동시킨다. 달러 가치를 강세로 만들기도 하는데 다른 요인이 작용해 약세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번에는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약세가 되면서 원화 가치가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도 심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자본이 미국으로 유턴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을 축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세계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도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해 신흥시장국이 금리를 높이더라도 자본 유출을 피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기간에 글로벌 자금은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국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럴 경우 추가적인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치솟을 수 있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문제다. 반면 금리를 높이지 않으면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우리 통화정책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국내 금리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과도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서 확대재정정책과 기업투자촉진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확대재정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재정지출 증가분을 도심 주변의 부족한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의 사회간접자본(SOC)은 충분할지 몰라도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도심 주변 부심권의 교통·교육·유통 인프라는 아직 미흡하다. 인프라 투자로 연관효과가 큰 건설 경기가 회복될 경우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기도 부양시킬 수 있다. 미시정책으로는 지금처럼 기업의 불안감을 높이는 정책보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체다. 기업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
환율 관리도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환율 변동에서도 딜레마 상태에 있다. 환율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수출이 줄어들어 경기 침체의 골을 깊게 할 수 있고,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자본 유출이 급증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환투기세력이 가세할 경우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자본 유출이 늘어날 수 있다. 외환당국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자본 유출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필요하다. 글로벌 자금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금리를 높이더라도 자본 유출을 막기는 쉽지 않다. 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외화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 최근 선진국과의 통화스와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데 일본 및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켜 외화유동성 안전망을 좀 더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와 자본 유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정부의 기업투자촉진정책이 절실하다. 기업투자가 늘어나 침체된 경기가 되살아나고 일본 및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할 때 우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충격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정책당국의 현명한 정책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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