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3만원이면 봉사 끝'… 꼼수 판치는 변호사 공익활동 의무제

입력 2018-03-20 17:59  

연 20~30시간 공익활동 의무
변호사회 총회 참석땐 2시간
3만원 기부하면 1시간 등 인정
변호사끼리 시간 몰아주기도

공적 범위 넓어 제도 취지 무색
"공익활동 안 해도 징계 어려워
강제 아닌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 신연수 기자 ]
변호사의 공익활동 의무제도를 놓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공익활동 기준이 모호한 데다 실질적인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변호사란 직업이 얼마나 공공성을 띠어야 하느냐는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돈벌이에만 집착한다는 편견을 없애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제도라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익활동은 강제가 아닌 자율적 영역에 맡기자는 제도적 개선의 목소리도 높다.

◆3만원 기부하면 공익활동 1시간

변호사법 제27조에 따라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해야 한다.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직업윤리상 공익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변호사들은 각자 소속된 지방변호사회 지침에 따라 연간 20~30시간 이상 공익활동을 하고 매년 활동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공익활동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익활동심사지침에는 공익활동으로 인정되는 활동 수십 개가 열거돼 있다. 변호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하면 2시간, 법관평가표 등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1시간, 기타 재단에 기부하면 3만원당 1시간이 각각 인정되는 식이다. 자체적으로 하는 자선바자회에 도서 5권을 기증해 1시간을 채울 수도 있다. 변호사 직역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다.

같은 로펌 소속 변호사끼리 시간을 나눠 갖는 경우도 있다. 제도상 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 소속 변호사는 회사 차원의 공익활동 및 동료 변호사가 이행한 시간을 배분받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일부 대형 로펌에선 공익 전담변호사에게 공익활동을 몰아주고 나머지 변호사는 등한시하는 일이 많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변협과 변호사회 차원의 사후 관리·감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변협은 회칙에 따라 각 지방변호사회에 공익활동 미이행자에 대한 징계 개시 신청을 할 것을 통보했지만 신청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각 지방변호사회에 신고된 공익활동 내용을 점검하는 시스템도 미비하다. 2013년 로펌 공익활동 평가지표를 개발했지만 평가는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이다. 대한변협 사업팀 관계자는 “공익활동을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런 적도 없다”며 “의무제도의 미비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변협 내 공익활동심사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조건 강제하는 것 맞나 갑론을박도

공익활동 의무제를 둘러싼 논쟁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2014년 서울변회는 공익활동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변호사 8명에 대한 징계 개시를 대한변협에 신청했다. 이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강제 조항에 징계까지 부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변회는 같은 해 11월 공익활동 내용을 보고하지 않으면 공익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삭제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공익변호사는 “2만 명 넘는 변호사 인력이 잠깐씩이라도 제대로 된 공익활동에 투입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공공성이 창출될 것”이라며 “공익 소송 등을 수행하는 현장에선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건 수임에 급급한 영세 변호사에게는 연간 20~30시간의 의무와 이를 어겼을 때 내야 하는 최고 60만원의 금액이 작지 않은 부담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경제적 능력이 출중한 것은 옛날얘기”라며 “먹고살기 힘든 젊은 변호사들은 60만원도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강제보다 자율적 참여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호주 등의 변호사단체는 자율적으로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관리·감독하는 방식으로 장려한다. 미국변호사협회는 로펌 변호사들이 총근무시간의 3~5%를 공익활동에 기여하기로 서약하는 운동을 벌여 성과를 거뒀다. 활발한 공익활동을 한 변호사, 로펌, 기업 법무팀 등에 상도 준다. 이찬희 서울변회 회장은 “공익활동을 강요할 수는 없으며 변호사 개인의 윤리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국내 대형로펌도 잇따라 공익활동을 위한 사단법인이나 재단 설립에 나서고 있다. 태평양의 공익재단법인 ‘동천’을 비롯해 ‘온율’(율촌) ‘두루’(지평) ‘나눔과 이음’(세종) ‘화우공익재단’(화우) 등이 활동 중이다. 한 대형로펌의 공익 전담변호사는 “로펌 경영진이 공익활동을 대외적 치장물로만 여겨선 안 된다”며 “신입 변호사에게도 공익소송과 법률자문을 적극적으로 배당하고 공익활동 역시 업무의 일환으로 인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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