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중소기업 솔키스의 세계최초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가 인프라 대체투자 상품이 되기까지

입력 2018-03-21 09:11   수정 2018-03-21 09:11

기술개발, 사업화에 13년... 재무적 투자자의 맞춤형 도움이 결정적
1월 6일 화성시 멱우, 덕우 저수지서 세계 최초 상업 전력생산 시작
국내 담수호 면적 10%만으로도 원전 10기 대체가능
국제특허 보유한 가능 원천기술. “전세계 모든 담수호가 시장”



≪이 기사는 02월20일(04: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대로는 투자받기 힙듭니다. 데이터와 금융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도영 솔키스 대표(사진)는 2009년 이상민 국민연금 대체투자실 운용역을 만나 이같은 말을 들었다.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라는 신사업에 뛰어든 지 4년여 만이었다. 이 운용역은 “창업자가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재무적 투자자(FI)의 도움을 받지 못해 사업화 전에 주저앉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두 사람은 이후 9년간 더 만났다. 이 운용역은 우 대표가 고비를 맞으면 때에 맞춰 돌파구를 제시해주는 길잡이가 됐다.

지난 1월 6일 경기 화성시 멱우(사진 아래), 덕우저수지에선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가 국내 최초로 상업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우 대표가 만든 태양광 기업인 솔키스가 설비 제작과 발전소 운영을 맡았다. 이 운용역은 그 사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대체투자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번 프로젝트의 앵커(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우 대표가 젊음을 온전히 바친 세계 최초의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 아이디어를 내다

2000년대 중반 우 대표는 전자지불(RFID) 장치 업체와 수상레저시설을 운영하며 잘 나가던 사업가였다. 국내엔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부지’가 부족하다는 데 착안하고 사업화 결심을 했다. 태양광 발전이 지구온난화의 대안으로 각광받던 때였다. 태양광 발전 방식은 ‘육상 고정식’과 ‘육상 추적식’ 두 가지. 고정식 발전소는 패널에 도달하는 태양광의 각도가 줄어드는 아침과 저녁에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추적식 발전소는 모터를 활용해 태양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어 효율이 떨어지진 않지만, 그림자가 옆 패널을 가리지 않게 하려면 고정식보다 넓은 부지를 확보해야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우 대표가 낸 아이디어는 ‘육상 고정식 발전소’를 통째로 물에 띄워 돌리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태양광 패널을 띄우고, 아래에 작은 모터를 달면 부력을 활용할 수 있어 적은 힘으로 패널을 돌릴 수 있어 육상 추적식 만큼 육상 고정식 처럼 아침 저녁에 효율이 떨어지지 않고, 그림자가 생기는 추적식의 단점도 없었다.

담수호의 수면을 활용할 수 있어 부지가 필요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태양광 ‘그리드 패러디’(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용이 기존 화석연료로 전력 생산비용과 동일해지는 시점) 시점을 미국 유럽 등 태양광 선진국보다 5년 이상 늦은 2025년께로 전망한다.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평지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우 대표는 “태양광 발전소 부지를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삼거나, 강원도 산지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해놓고 땅을 쪼개파는 사례가 많았다”며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고 녹지를 훼손하는 난개발 문제도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담수호 총 면적은 약 70㎢(만수 기준)에 달한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관리하는 전국의 ‘댐 호수’ 면적이 27㎢, 농어촌공사가 보유한 저수지는 면적은 33㎢규모다. 전국 담수호의 10%에만 수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원전 10여기에 해당하는 834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우 대표의 설명이다.

우 대표는 연구 끝에 2008년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 설비에 대한 첫 원천특허를 받았다. 2009년 솔키스를 설립,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투자자의 진심어린 조언

우 대표가 이 팀장을 만난 건 이때 즈음이다. 최고의 투자자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국민연금 인프라투자 담당자를 찾은 것.

이 팀장은 첫 눈에 우 대표의 아이디어가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투자는 시기상조였다. 대형 기관투자가는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모험’으로 여긴다. 이 사업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 투자가 아닌 수백억원이 필요한 인프라 투자였다. 당시 솔키스는 설립 신생기업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팀장은 우 대표에게 이같은 설명을 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는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전 프로젝트는 대형 발전사업자나 건설사가 전략적투자자(SI)로 일부 지분(에쿼티) 투자를 하고, 설계·조달·시공(EPC)를 통째로 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용도가 뛰어난 SI에게 재무적투자자(FI)의 리스크를 대신 지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효율성에 대한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하라”고 덧붙였다.

◆검증에 수면 확보... 산넘어 산

우 대표는 이 팀장과의 만남 이후 데이터 확보할 방법을 찾는 데 골몰했다. 2010년 전북 김제시에 2500㎡ 규모의 땅을 샀다. 소규모 저수지를 파고 수상 고정식, 수상 회전식 발전 패널을 설치했다. 저수지 옆에는 육상 고정식 패널을 깔았다. 같은 설비, 같은 햇볕 조건에서 각 패널의 효율성을 비교할 수 있었다. 수상 회전식은 육상 고정식에 비해 22%, 수상 고정식에 비해 16% 효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이후 SI와 FI를 끌어들이는 근거로 소중하게 활용됐다.


다음 난관은 수상(水上) 확보였다. 농어촌공사가 보유한 전국의 대형 저수지는 대개 낚시터로 활용된다. 5년마다 공개 입찰 방식으로 임대 계약을 맺는다. 우 대표는 수자원공사와 국회를 드나들며 수상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위해선 최소 10년, 최대 20년 이상의 임대 계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했다. 저수지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고, 생산된 전력량을 수치화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수적인 효과 입증... 수상 태양광이 ‘대세’로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홍수, 가뭄, 동절기의 결빙, 강풍, 파랑에 노출된다는 게 문제였다. 이를 고려한 설계·시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질 게 분명했다. 저수지의 사계절 변화에 맞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연구를 거듭하면서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가 저수지 환경개선에 효과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우 대표는 한밭대학교와 손잡고 발전소 설비가 회전하며 저수지의 고인 물이 순한돼 수질을 개선할 수 있고, 발전소 하부가 어초(물고기집)의 효과를 발휘해 물고기에게 서식처로 활용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우 대표가 연구개발(R&D)을 하면서 쏟은 돈은 수십억원에 달했다.

마침내 저수지를 장기 임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우 대표의 아이디어를 듣고 반신반의하던 농어촌공사가 솔키스의 최대 우군으로 돌아섰다. 농어촌공사와 솔키스는 2014년 안성시 금광저수지에 총 465kW 규모의 시범용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 2곳을 조성했다.

상업 생산이 가능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도 급물살을 탔다. 이 팀장의 조언대로 2017년 FI 중심의 금융구조가 짜여졌다. 화성시 덕우저수지에 1기(면적 3만8000㎡), 멱우저수지에 2기(면적 4만㎡)를 만들었다. 솔키스와 한전산업개발이 전략적투자자(SI)로서 발전소 O&M(시공, 설계, 건설, 운영)을 맡았고, 건설근로자공제회가 300억원을 넣는 FI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이 팀장은 국내에서 가장 태양광 인프라 자산운용 경험이 많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참여시켰다.

한국중부발전에게 20년간 전력을 파는 계약을 확보하면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했다. 재무적 투자자에게 제시한 수익률은 연 6%대로 일반 태양광 발전소 보다 2~3% 포인트 가량 높다.

◆향후 전망 ‘맑음’...해외 진출도 탄력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수익성과 향후 전망 차원에서 ‘대세’ 인프라 투자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탈(脫)원전 및 탈화력을 위한 대안으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전체 발전용량의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태양광 발전량은 기존 5.7GW에서 2030년 36.5GW로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생에너지 2030 이행계획’에 따르면 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선 13.2㎢의 부지가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량 30.8GW 늘리기 위해선 406.6㎢, 여의도 면적 168배의 부지를 마련해야한다. 정부는 최근 염해을 입은 간석지 등을 태양광 발전소 부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벌써부터 예상 후보지역에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투기세력이 움직이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수상 태양광 발전소는 육상 태양광 발전의 대안이다. 담수호 대부분이 국가 소유라 상대적으로 소유권 문제를 풀기 쉽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충남 대호호와 석문호 등에 2025년까지 350MW 이상의 수상태양광 발전 설비를 확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2년까지 전국의 댐 수면에 2.6GW 규모의 수상 태양광 발전 설비를 만들기로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보 호수'를 포함시키면 수상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담수 면적은 더욱 늘어난다. 현재 한화 등 국내 대기업과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이 수상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대표는 후발주자의 움직임에 느긋하다. ‘수상 태양광 발전소의 인식과 저변이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여겨서다. 우 대표는 “솔키스가 원천 기술을 보유한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 성공사례가 더 알려지면 국내는 물론 해외 진출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키스는 지난해 1월 베트남 당국과 엔바이성 탁바호수에 수상 회전식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500MW 규모, 예상 사업비만 1조25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우 대표는 “베트남, 중국의 담수호는 정확한 숫자가 집계조차 되지 않을 만큼 많고, 수면 면적도 엄청나다”며 “신재생 에너지의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있고, 투자자 인식도 바뀌고 있어 수상 태양광 발전소 기술을 세계 전역에 수출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설명했다.

솔키스가 수상태양광 발전소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 26개국에 20여개에 달한다. 현재 발전소에 녹조 제거 설비를 설치해 수거한 녹조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8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