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소주 수출 1조원…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하이트진로 소주

입력 2018-03-21 18:29   수정 2018-03-22 06:03

1968년 월남 파병군 따라
베트남 건너가며 수출 시작
독일 광부·미국 이민자 시름 달래
일본선 현지 소주 1위도

중국 시장 공략…매출 꾸준
동남아선 한류 타고 인기



[ 김용준 기자 ]
외환위기 직후 자금난에 빠진 진로(현 하이트진로)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끌어들였다. 진로를 실사하던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엄청난 현금창출력을 지닌 숨겨진 법인 하나를 발견했다. 진로재팬이었다. 진로소주는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일본시장에서 단일 품목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났다.

진로재팬을 통해 진로의 가치를 알게 된 골드만삭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진로 채권을 헐값에 사들였다. 2005년 법정관리를 거친 진로가 하이트에 매각되자 이를 변제받아 골드만삭스는 1조원의 차익을 챙겼다. 진로재팬은 골드만삭스가 진로 사태에 개입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진로의 해외 진출의 상징이기도 하다.

◆현대사와 함께한 소주 수출

한국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진로소주가 해외 진출 50년을 맞았다. 50년간 1조원어치를 수출했고, 수출국가는 88개에 달한다. 하이트진로는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진로소주의 해외 진출은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이뤄졌다. 처음 해외로 나간 해는 1968년. 수출지역은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군인들을 위해 처음으로 소주를 해외로 실어보냈다. 1973년에는 독일로 나갔다.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간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로해 주는 술이 됐다. 1975년 진로소주가 나간 지역은 미국이었다.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을 따라갔다.

1977년 본격적인 수출이 시작됐다. 일본이었다. 한국에서 소주 맛을 본 일본인들이 소주를 찾자 일본 회사를 통해 10만 병을 판 게 시작이었다. 1988년 현지법인을 세우고 일본인의 입맛과 디자인 감각에 맞게 현지화한 소주를 내놨다. 1990대 중반 판매가 급증했다. ‘JINRO’는 일본 소주시장에서 1996년 6위에 오르고, 2년 뒤인 1998년 1위에 올랐다. 국내 제품이 단일 품목으로 1위를 한 건 처음이었다. 현재는 산토리에 이어 2위. 소주 판매가 정체됐던 일본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판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2024년 글로벌 주류 회사 비전

하이트진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미래시장’이라고 부른다. 1994년 진출한 중국에선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19개 대리점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에서도 일본에서 성공한 현지화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남아 지역은 한류 열풍과 더불어 성장을 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현지기업과의 제휴, 영업소 개설, 신제품 출시 등 국가별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첫 번째 수출지역인 베트남에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하노이에 이어 호찌민에도 지사를 설립했고, 주점 진로포차를 운영하며 직접 판매까지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동남아 수출은 5년 만에 네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동남아 소주 판매액은 880만달러였다.

국내 시장이 정체되자 하이트진로는 해외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글로벌 비전 2024’를 선포했다. 2024년까지 2015년 대비 해외 매출 450% 증가, 수출 53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024년은 하이트진로 설립 100년이 되는 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일 첫 수출국인 베트남 하노이법인 사무소에서 황정호 해외사업본부장, 안주현 베트남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소주 수출 50년 기념식을 열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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