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검사, 보험혜택 차별 말라" 거리로 나서는 방사선사들

입력 2018-03-21 19:23   수정 2018-03-22 05:35

내달 건보 적용 기준에 '반발'

복지부 "의사만 자격" 행정예고
방사선사협회, 23일 반대 시위



[ 이지현 기자 ] 오는 4월 상복부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의사와 방사선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의사가 검사할 때만 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지만 방사선사들이 반발하면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방사선사협회는 23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방사선사 200여 명이 참석하는 총궐기대회를 연다. 우완희 방사선사협회장은 “상복부 초음파 검사 급여화의 부당함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25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도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복지부는 4월부터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상복부초음파 검사는 간, 담낭, 췌장 등의 장기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의료기관에 따라 평균 6만~16만원 정도였던 환자 부담이 2만~6만원 정도로 내려간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올해에만 2400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의사가 검사할 때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상복부는 해부학적으로 복잡해 방사선사가 검사하는 일이 드물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방사선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실시간으로 지도 감독하면 방사선사도 검사할 수 있는데 복지부가 이를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우 회장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방사선사는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검사는 방사선사가 하고 판독은 의사가 하는 기존 검사구조를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초음파는 검사와 판독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할 때만 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한초음파학회는 “초음파 검사는 다른 검사와 달리 실시간으로 질병을 진단하기 때문에 검사 도중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다”며 “검사한 의사가 판독도 해야 한다”고 했다.

간 담도 담낭 췌장 비장 등을 함께 검사하는 상복부 초음파검사는 해부학적 구조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장기에 생기는 암은 생존율이 낮은 경우가 많아 오진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된 간 초음파 검사도 의사가 검사·판독하도록 명시돼 있다.

한정호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보험에 포함된 상복부 초음파에만 의사 검사 단서조항이 달리면서 의사가 하는 초음파 검사는 10만원대로 값이 낮아지고 방사선사가 하는 비급여 심장초음파는 30만원으로 높게 유지되는 기현상이 생겼다”며 “오히려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3일 의사 및 방사선사, 초음파학회 관계자 등과 회의를 열고 해결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과정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양측의 우려 사항을 듣고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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