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그들만의 '세계夢(몽)'에 취한 중국

입력 2018-03-22 17:50   수정 2018-03-24 12:22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지난해 말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국유기업 중 32곳이 2016년 이후 정관을 변경하면서 공산당이 공식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도록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내에 공산당위원회를 두고 임원을 임명하거나 신사업을 개발할 때 공산당이 개입한다는 내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10월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34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외국 기업들에도 공산당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 내 전체 외국 기업 중 공산당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이 7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공산당의 국유기업 장악 가속화

국유기업의 더욱 큰 변화는 대형 국유기업끼리의 합병이다. 2016년 12월에는 상하이의 양대 철강사가 합병해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규모의 바오우강철이 탄생했다. 중국의 대형 발전회사인 궈뎬그룹과 선화그룹이 합병해 새로운 공룡기업도 만들어졌다.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발전 부문에서 세계 1~2위를 다툰다.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의 합병설, 3개 항공사의 합병설 등 국유기업 합병설은 끊임없이 나온다. 중국 국유기업 수는 중국 전체 기업의 1%에 불과하지만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에는 40%를 차지한다. 중공업이나 에너지 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이다.

국유기업은 비효율과 부패의 상징이었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모든 정권은 국유기업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주룽지 전 총리는 15년 전 “나의 관(棺)을 준비하라”고 하면서까지 국유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1994년 대형 국유기업은 키우고 소형은 합병하는 계획을 채택했다.

시진핑 주석도 초기에는 국유기업의 전면적 개혁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고쿠분 료세이 일본 방위대 총장이 니혼게이자이와의 회견에서 “기득권의 이익 보호 관점에서 국유기업 개혁은 지체하거나 정체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공산당이 개입해 대형 국유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유기업 장악이 국가 경제 장악이라는 사실이 보다 분명해졌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이제는 세계 시장의 장악이다

중국기업 지배구조 갈수록 퇴보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이뤄진 헌법 개정에서 특히 강조된 건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이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 언론들은 “중국몽(中國夢)에서 벗어나 세계몽(世界夢)으로 나아간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거대한 기업이 많으면 세계 비즈니스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중국 생각이다.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이나 레온 트로츠키의 ‘세계평화론’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글로벌 시장경제에 편입되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철학을 내면화하고 규칙을 준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산당이 기업을 관리하고 가격을 통제하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독점화된 의사결정 구조는 시장 가격 메커니즘을 이길 수 없다.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도 결코 만들 수 없다.

경제부총리로 등극한 류허는 시진핑이 개혁 인물로 내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과 혼합소유제 개혁 등을 주창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공급 측면 구조개혁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 모호한 상태다. 그저 기업 덩치를 키우는 철학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중국 경제의 한계인 모양이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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