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잘나가던 초밥 요리사, 수산물가공 '급'을 올리다

입력 2018-03-22 18:32   수정 2018-03-23 07:02

김성수 주안 대표

"한국, 일본처럼 수산물가공 못하나"
해외 바이어들 쓴소리에 도전
활어 공급처 뚫는것도 힘들었지만
주방에서 단련된 끈기로 버텨

공장 세운지 1년 만에 매출 82억
프리미엄 수산물 가공업체 소문



[ 고은이 기자 ] 김성수 주안 대표는 초밥 요리사 출신이다. 초밥 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수산물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수산 공장을 세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운영하는 초밥 전문점 수가 늘어나서다. 초밥 위에 올리는 활어회를 모두 조달하는 게 힘이 들었다. 초밥 전문용으로 나오는 회가 있긴 했지만 수입 냉동인 경우가 많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질 좋은 초밥용 횟감을 만들 수 없을까.”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김 대표 자신도, 시장도 이 제품을 원한다는 확신이 그를 이끌었다. 주안은 전국 산지에서 광어, 도미, 방어 등 활어를 들여와 횟감과 초밥용으로 가공하는 회사다.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 초밥용 생선회를 주로 납품한다. 2016년 공장을 세웠는데 이듬해인 작년 매출이 82억원에 달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주안 공장을 찾아 김 대표를 만났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수산쪽 해외 바이어들이 그러더군요. ‘한국에는 일본을 대체할 만한 수산물 가공업체가 없냐. 왜 너희는 이런 제품을 못 만드냐’라고.” 김 대표는 말을 이었다. “일본 수산물을 쓰기엔 불안하고 한국엔 마땅한 제품이 없었던 거죠.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럼 내가 도전해보자.”

김 대표는 요리사 시절 초밥 재료를 구하러 일본을 자주 다녔다. 그때마다 내심 안타까웠다. 한국이 수산 강국이라고 하는데 수산물 가공 시장은 일본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은 저가 경쟁에 휩쓸려 있었다.

주안이 생산한 횟감용 활어 제품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돼 있다. 초밥 위에 얹기만 하면 되는 제품과 직접 잘라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주력이다. 생선 숙성을 늦추고 변색을 막는 기술을 따로 개발해 품질을 높였다.

“이전까지 수산물 가공업체들은 국내산 활어 대신 수입 냉동을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장에 없는 프리미엄 활어 제품이라는 것에서 경쟁력을 찾았습니다.”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들어오는 주문 물량을 다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는 시장을 어떻게 읽어냈을까. 김 대표는 주안을 세우기 전까지 10년 넘게 초밥 요리사 생활을 했다. 20대 초반 대학을 중퇴하고 바닥에서부터 초밥을 배웠다. 서른 살에 첫 가게를 냈는데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줄을 이었다. 백화점에 입점했고 직영점이 10개로 늘었다.


처음엔 김 대표가 재료를 직접 조달했지만 식당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선한 횟감용 재료를 꾸준히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몇 년간 일본 공장을 방문하며 가공 방식을 살펴보고 노하우를 배웠다.

처음부터 가공에 뛰어들 생각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배운 노하우를 국내 가공업체와 공유하려 했다. 관심을 보인 업체가 없었다. 오기가 생겼다. “내가 한 번 해보자.”

야심차게 주안을 시작했다. 회사를 세우고, 공장을 짓고, 상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후회도 많았다고 했다. 원재료를 공급받을 산지 거래처를 뚫는 것부터 문제였다. 산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산지 분들은 처음엔 사람을 잘 안 믿습니다. 거래할 때 신용보다 현금이 우선인 경우도 많습니다. 거래처를 넓히고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공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엔 활어 관리가 어려워 많이 폐사했다. 눈으로 보기엔 좋아 보이던 생선이 해체 작업에 들어가니 엉망인 경우도 있었다. “활어는 적정 보관기간이 3~5일입니다. 그래서 세밀한 계획 생산이 필요합니다.”

김 대표는 시행착오 끝에 숙성을 늦추고 변색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주안의 제품 경쟁력을 높인 일등공신이 됐다.

박람회에 나가서 주안을 알리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제품을 소개하자마자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정말 기뻤습니다. 내가 이 시장을 잘 봤구나, 정말 필요한 사업이었구나 그때야 확신했습니다.”

김 대표는 완제품 형식의 가정간편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쪽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동원에 훈제연어치즈롤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그의 꿈은 주안을 세계적인 비가열 수산물 가공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천안=FARM 고은이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1220306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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