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밤 구속 수감되면서 금융권 전반에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MB 관련 뇌물 의혹을 사고 있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짙어진다.
23일 금융업계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으로 이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었던 전 금융 수장들에 대한 수사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구속 과정에서 22억원대 뇌물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났다.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1억원이 든 명품백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법 자금의 내역이 메모된 종이를 찢어 삼키려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 종이에는 '이상주(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14억5000만원, SD(이상득 전 의원) 8억원'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3년 임기의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고 2011년에는 우리금융지주의 첫 연임 회장이 됐다.
이팔성 전 회장의 혐의가 짙어지면서 이 전 회장이 현재 사외이사로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사외이사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다른 최측근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여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수사의 열쇠인 다스(DAS)의 불법자금을 하나은행이 세탁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이 이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과 KEB하나은행 노조는 김승유 회장이 하나은행의 다스 비자금 세탁을 주도했다며 김 전 회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이 전 대통령의 힘을 빌어 회장직에 올랐다는 의혹이 꾸준히 나왔다.
이 전 대통령 시절인 2009년 금융당국은 황영기 KB금융 회장에게 무혐의로 결론난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KB금융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차기 회장에 내정하자 당국은 재차 압박에 들어갔다. MB정부 초기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지낸 어윤대 전 회장을 앉히기 위해서였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당선축하금 3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재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라 전 회장의 남산 3억원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라 전 회장은 2008년 2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통해 비자금 3억원을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달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이 22억 MB 뇌물공여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 시절의 금융지주회장들과 금융위 관료들도 모두 수사해야 한다"며 김승유·어윤대·라응찬 전 회장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함께 'MB의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렸던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이미 대우조선해양 비리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5년2개월을 받았다. 현재 대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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