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막말에 오염된 여의도

입력 2018-03-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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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 박종필 기자 ] 여의도에 ‘막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의석수 20석 이상)인 공당(公黨)의 지도부와 대변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에서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옮긴 지방의회 의원들을 환영하며 “한국당 소속으로 정치하시면서 곰팡내 나는 구태와 절망에서 탈당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홍지만 대변인 논평을 통해 “6·13 지방선거 후보 검증 과정에서 중도탈락한 패잔병들을 모아 놓았다”며 “바른미래당이 곰팡내 나는 분들만 골라 분리수거해 줬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날 한국당은 경찰이 자당 소속인 김기현 울산시장 가족을 비리 혐의로 조사한 데 대해 ‘정치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향해 ‘광견병 걸린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는 거친 표현을 논평에 썼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원색적인 반말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태는 이젠 예삿일이다. 이종혁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부산시장 공천에 배제된 것을 문제삼고 탈당하자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배은망덕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반말로 “너(장 대변인) 당 깨고(탈당하고) 나갈 때 나는 죽기 살기로 홍준표 후보 도왔다. 도를 지키며 정치하라!”고 응수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공천자와 낙천자 간 희비가 엇갈린다. 각 당도 선거구도를 놓고 예민한 기싸움을 벌이는 시기다.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존재감과 주목도를 높이겠다는 노림수는 이해하지만, 그만큼 국민들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국회 신뢰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정치 품격마저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 원로는 “입장에 따라 말하는 사람은 막말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을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인지 생각해보면 막말의 기준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는 매일 초·중·고교생들이 견학오는 곳이다. 부디 학생들이 대변인 브리핑이 벌어지는 정론관(기자실) 쪽은 지나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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