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체기 맞은 가전업계 돌파구 ‘뉴라이프 가전’

입력 2018-03-26 10:44   수정 2018-03-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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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가치소비' 니즈 반영한 신제품
폭발적 성장세에 기업들 주목




성숙기(정체기)를 맞은 생활가전 시장에서 국내 대표 주자들이 뉴라이프 가전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 TV, 냉장고, 세탁기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가전 시장은 성숙기를 맞아 큰 성장을 멈췄다. 이들 제품의 국내 보급률은 이미 100%에 근접해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해외에서의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미국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삼성전자, LG전자가 수출하는 세탁기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적용했다. 중국 기업들은 TV, 냉장기, 세탁기 등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공세를 가속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기존 생활가전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최근에는 뉴라이프 가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뉴라이프 가전은 기존에 있던 개념에 삶의 질, 일과 여가의 균형 등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욕구를 반영한 제품이다.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빌트인 가전 등이 대표적이다.

뉴라이프 가전의 경우 규모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개별 제품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공기청정기 시장의 경우 지난해 100만대 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올해는 심해지는 미세먼지 영향에 2~3배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등장한 건조기 역시 올해 매출 1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측된다.

LG전자는 뉴라이프 가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얻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트롬 스타일러’를 선보이며 의류관리기 시장을 개척했다. 스타일러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 쓰이던 기술을 모아 옷의 구김, 먼지, 냄새 등을 없애주고 유해 세균도 99.9% 제거한다. 제품 출시 2년 만에 국내에서 10만대가 팔렸고 점차 수요가 늘어 지난 1월에만 20만대가 판매됐다. 업계는 올해 스타일러가 국내에서만 70만대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가 선보인 상중심 무선청소기 A9은 국내 출시 8개월 만에 20만대가 판매되며 다이슨이 주도하던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재편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피부관리기 프라엘은 2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제품이 없어 못 파는 지경이다. 최근 LG전자는 프라엘 증산을 단행하고 중국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성과에 삼성전자도 뉴라이프 가전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파워건을 출시하며 상중심 무선청소기 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오는 7월 의류관리기도 선보일 예정이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적극적으로 진출하진 않았지만,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방관할 수 없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TV, 세탁기, 냉장고 등의 경우 이미 집집마다 갖추고 있기에 제품 판매량이 낮아진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신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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