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무릎 호소' 6개월 후…고성·야유·욕설 "달라진 건 없었다"

입력 2018-03-26 12:49   수정 2018-03-28 15:59

지난해 9월 특수학교 설립 반대 지역주민들에게 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 꿇은 장애아 학부모의 ‘무릎 호소’ 후 6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26일 서진학교(가칭) 설립 부지인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주민은 여전히 특수학교 설립을 강력 반대했다. 확성기를 들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발언을 방해하는 등 고성을 내질렀고 이를 말리는 시교육청 직원들과 욕설을 동반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강서구 주민은 발언권을 얻어 “설명회를 한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강서구 주민들과 논의해야지, 왜 외부 사람들과 논의하느냐”며 “나래학교(서초구) 설명회는 왜 여기서 하나. 강서구가 봉이냐”고 따졌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너희 동네부터 특수학교 세워라’ 따위의 문구가 적혔다.

‘외부 사람들’이란 지역주민이 아니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는 장애아 학부모들을 가리켰다. 특히 나래학교를 거론하며 여타 지역 장애아 학부모 등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의에서 빠지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행사는 내년 9월 개교를 확정한 서진·나래학교 추진 현황과 신축 특수학교에 들어설 주민편의시설을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가 진행된 옛 공진초 건물 교실 150여석이 꽉 차고 교실 밖 복도에까지 서 있는 등 월요일 오전 시간대에도 주민과 학부모 200여명이 몰렸다.


특수학교 설립 찬반으로 갈려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설명회는 서로의 입장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상대 측이 발언할 때마다 야유와 욕설이 오갔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이 설명회가 졸속으로 열렸다고 주장하니 주변에서 “옳소”라고 외쳤다. 그러자 장애아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만해” “더불어 삽시다” 등의 구호가 터져나왔다. “강서 주민이라고 하지 마세요, X팔려요” 등의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특수학교 설립 찬성 측 지역주민으로 짐작됐다.

한 장애아 학부모는 “이런 불상사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이번 특수학교 설립은) 저희들이 십수년 동안 기다려온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년 9월까지는 꼭 개교해달라”고 당부했다. 설명회장을 채운 장애아 학부모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양측 대립이 과열 양상을 띠자 서둘러 질의응답을 마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간 조희연 교육감은 “작년 9월 학부모의 무릎 호소가 온 국민을 울린 후 사회가 많이 변했는데 이렇게까지 반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험난한 현실이지만 교육청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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