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연임제 vs 책임총리제
여야, 권력구조 놓고 대치
헌법 전문 내용도 격론 예고
[ 유승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는 개헌의 주요 내용과 시기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문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꿨다. 정부·여당은 4년 연임제가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단임제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국회가 선출 또는 추천하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나눠 갖는 책임총리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지 않은 4년 연임제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책임총리제 개헌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국회가 총리를 선출 또는 추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 관련 개헌안 중에서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토지공개념은 시장경제 바탕인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헌법 전문도 여야 간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문 대통령 개헌안 전문엔 기존 3·1운동과 4·19혁명 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현대사에 대한 좌파적 해석을 반영한 편향된 내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야는 개헌 시기를 놓고도 좀처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헌안 발의 입장문에서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은 많은 국민이 국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시 찾아오기 힘든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공약한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은 6월 개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국회 논의가 무르익지 않아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은 불가하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6월 말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한 뒤 9월에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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