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前 조성진 집념이 일군 '전설의 모터'… LG전자 미래를 바꿨다

입력 2018-03-26 19:25   수정 2018-03-27 09:23

Biz Watch

세상에 없던 세탁기 만들자
日 150여번 방문하며 기술 배워
1998년 인버터 DD모터 개발
누적생산 7000만대 돌파

프리미엄 가전의 '강심장'
독보적 인버터모터 기술 앞세워
트윈워시 등 혁신제품 잇단 개발
신제품 기획부터 모터인력 투입
청소기·에어컨·냉장고까지 장악
효율·성능 甲… 전세계가 '엄지척'



[ 고재연 기자 ] 1990년대 초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에 근무하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의 꿈은 ‘세상에 없는 세탁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다. 덜덜거리는 벨트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심했다. 조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기술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일본을 150번 넘게 방문하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웠다. 회사에는 침대와 주방 시설을 마련해놓고 밤샘 작업에 매진했다. 그리고 1998년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인버터 DD모터를 기반으로 한 세탁기 양산에 성공했다. 에너지 필요량에 따라 모터 회전수를 조정하는 인버터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터였다.

◆‘프리미엄’의 핵심은 모터

‘LG전자 세탁기 신화’의 원동력이 된 인버터 DD모터가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는다. 이 제품의 누적 생산량은 7000만 대를 넘어섰다. 2005년 처음으로 연간 생산량이 10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는 800만 대를 넘어섰다. 7000만 대 중 절반가량은 경남 창원에서 생산됐다. 인버터 DD모터 한 대에 감겨 있는 전선의 길이는 약 240m로, LG전자가 지금까지 생산한 인버터 DD모터에 감겨 있는 전선의 길이를 모두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22회 왕복할 수 있다.

이 모터 덕분에 LG전자 세탁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기존의 ‘벨트 드라이브 모터’와 달리 DD모터는 세탁통 바로 밑에 모터를 직접 연결해 소음과 진동을 줄인다. 별도의 연결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제품 구조가 단순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

상황에 따라 모터가 작동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세탁을 구현할 수 있다.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흔들기, 꼭꼭 짜기, 풀어주기 등 다양한 손빨래 동작을 구현하는 ‘6모션’ 기능이 탄생한 배경이다.


◆모터 100% 내재화 결실

LG전자는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2007년부터 북미 시장 드럼 세탁기 부문에서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2009년부터 9년 연속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드럼 세탁기 부문 브랜드 신뢰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터 기술이 처음부터 가전업계에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국내 가전업계에서 모터 사업은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제품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성과가 금방 눈에 보이지 않고, 수익성도 낮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등 다른 대기업이 외환위기 직후 모터 사업 부문을 분사하거나 없앤 이유다. 하지만 LG전자는 관련 연구인력과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가전제품 경쟁력의 핵심인 모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세탁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전 제품의 모터 기술을 강화했다. 2000년 냉장고용 리니어 인버터 컴프레서 모터에 이어 에어컨용, 청소기용 인버터 모터를 생산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모터 달린 가전은 LG’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1998년 탄생한 인버터 DD모터는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현재 생산된 4세대 모터는 1세대와 비교해 효율은 높아지고, 모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생산 단가가 떨어지면서 프리미엄 제품뿐만 아니라 일반 제품에도 고성능 부품인 인버터 DD모터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김광호 LG전자 H&A사업본부 부품솔루션사업부장은 “가전 제품에 고성능 프리미엄 핵심 부품을 탑재해 보다 많은 고객이 LG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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