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혁신' 커피 텀블러… "종이컵과 작별하세요"

입력 2018-03-26 19:43  

핸드드립 기구 내장
커피 내린 뒤 바로 마셔



[ 김보라 기자 ] 2000만 그루. 일회용 종이컵을 만들기 위해 1년간 잘려나가는 나무의 양이다. 커피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종이컵 제조에 점점 더 많은 나무가 소비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나선 디자이너가 있다. 산업디자인회사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회장(68)이다.

김 회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다음달 5일부터 열리는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직접 디자인한 텀블러 ‘샤블리에’를 선보인다. 샤블리에는 텀블러 안에 핸드드립 기구가 내장돼 커피를 내린 뒤 뒤집어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제품이다.

김 회장은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 마시는 것이 촌스럽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로 인해 버려지는 종이컵이 580억 개에 달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가장 쉽고 편한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고 말했다.

‘샤블리에’는 프랑스어로 모래시계라는 뜻이다. 평소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시던 김 회장은 2년 전 ‘커피를 직접 내리고 뒤집어서 마실 수 있는 텀블러가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15분 만에 스케치를 완성했고, 그가 세운 디자인 지원센터 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XL-랩’에서 2년여 동안 연구했다. 뒤집어 마셔도 커피가 새지 않게 방수 기능을 적용하고, 수많은 시제품을 제작한 뒤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제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굿바이, 페이퍼 컵스(종이컵, 안녕)’라는 글로벌 캠페인을 알리는 시작”이라며 “종이컵 사용을 줄이면서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데 그의 미래를 걸었다는 김 회장은 샤블리에 출시와 함께 ‘샤블리에 소사이어티’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했다. 샤블리에 텀블러의 수익 일부는 자연보호디자인 캠페인에 사용할 계획이다.

김 회장이 1980년대 설립한 이노디자인은 디자인하는 제품마다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슬라이딩 팩트, 삼성전자 가로본능 휴대전화, 아이리버의 MP3플레이어 등이 그의 작품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디자인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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