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 - 신정필 세양 대표

입력 2018-03-26 19:46  

치과용 전기모터 中·러시아 등 112개國에 수출

치과 기공용 마이크로모터
임플란트 시술용 드릴 제조
2000만弗 수출탑 수상

대구에 100억 들여 제2공장
R&D 주력… 특허 18건 등록



[ 문혜정 기자 ]
치과 기공용 마이크로모터 제조업체인 세양의 신정필 대표(69)는 요즘도 한 달에 1회 이상 해외전시회에 참가한다. 누적 횟수는 300회를 훌쩍 넘어섰다. 그는 “1990년 수출을 시작할 때 독일 전시회에 참가하려면 비행기 티켓과 호텔비, 통역비, 체류비, 인건비 등 회사의 두세 달 치 (영업)이익을 쏟아부어야 했다”며 “세계 시장에 우리 제품을 팔겠다는 생각으로 연간 이익 전부를 전시회에 쏟아부은 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세양은 러시아·인도·중국·미국 등 총 112개국, 350여 명의 바이어에게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47억여원의 96%를 해외에서 벌었다. 신 대표는 이 같은 공로로 26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에 뽑혔다.

90년대부터 해외 수출

1976년 설립된 세양은 치과 기공소에서 의치나 틀니 등을 절삭·연마·가공하는 데 쓰는 기구(기공용 마이크로 모터 핸드피스),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 시 사용하는 드릴(임플란트 시술용 엔진) 등을 생산한다. 치과용 전기 모터를 국내에서 처음 자체 기술로 국산화했다. 공업사를 운영하던 신 대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기공용 마이크로 모터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JIS(일본공업규격)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엔 제품 규격은 고사하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조차 제품 자체를 생소해했다”며 “제품 허가를 내는 데 일곱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회상했다.

생산량이 월 500개를 넘어서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는 “1990년대 초 일본제를 빼면 아시아에서 생산업체를 찾기 힘들었다”며 “해외 전시회에선 통역과 함께 사흘간 40~50명의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느라 하루종일 굶은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의 수출 전략은 분명했다. 기기를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들과의 동반 성장이다. 수입 업체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신제품 개발(현재 30여 개 모델 생산), 브랜드 인지도 제고, 부품 교환 등 사후관리(애프터서비스)를 철저히 했다. 2005년 수출 500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2008년 1000만달러, 2016년 2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세양은 대구 성서산업단지 공장(월 생산량 2만5000개) 이외에 올해 대구 신서동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제2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7200㎡ 규모의 부지에 약 100억원을 투자한다.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 가지 못해서다.

“R&D 강화해 중국 업체 따돌릴 것”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양의 총수출액 약 2200만달러 중 30%(700만달러)는 러시아와 인도, 중국에서 나왔다. 신 대표는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 치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한다”며 “소득수준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7~8년 전부터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산은 세양의 제품보다 30% 저렴하다. 신 대표가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정밀 가공을 위해 1~2년마다 생산설비의 베어링(기계를 회전시키는 부품)을 갈아주거나 교체하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등과 연결되는 신제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양은 신공장 건립 이외에도 올해 성서공장 설비투자에 20억원을 쓸 예정이다. 2003년 세운 기업부설연구소에선 6건의 핵심 기술을 포함해 총 18건의 특허 등록을 일궈냈다.

어려움도 없진 않다. 신 대표는 “국가별 인증을 따는 데만 2년, 제품 개발 등을 감안하면 약 3~4년이 지나야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며 “일부 국가에선 자국 제품 보호 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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