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픽업트럭 준비하는 현대차…방향 수정 불가피
현대차 노조, 굴욕적인 협상
산업계 전문가들 "영향 적을 것"
자동차 부문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란이 한국차가 북미 시장에 팔지 않는 픽업트럭으로 불붙고 있다. FTA 개정 협상이 나온 이후 현대차가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픽업트럭(일명 싼타크루즈)의 향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27일 "정부의 한미FTA 자동차분야 개정합의는 한국차산업을 죽이려는 미국차 빅3의 사전견제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트럼프의 '한국 픽업트럭 사전봉쇄전략'을 수용한 굴욕적 협상"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의 미국 관세 철폐 시점이 종전 2021년에서 2041년까지 20년 연장됐다. 현대차는 앞으로 픽업트럭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려면 현지 생산공장을 활용하거나 신공장을 증설하는 등 픽업트럭 현지화 작업에 나서야 한다.
픽업트럭은 현대차가 2015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싼타크루즈' 콘셉트카를 공개하면서 2020년 이후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동안 이경수(케니 리) 현대차 미국법인장 등 북미법인 임원들이 개발 승인이 났다고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국내에도 현대차의 픽업트럭 준비설이 여러차례 나돌았다.
현대차도 이번 FTA 개정 협상으로 향후 미 시장 대응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당장 픽업트럭 판매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북미 시장 확대에 제한적인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 및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선 픽업트럭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는 1600만~1700만대 규모다. 이중 픽업트럭은 한해 300만대가량 팔린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대차 측의 우려와 달리 산업계 전문가 및 시장 분석가들은 대체로 픽업트럭 관세 부문의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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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포드 F150, 크라이슬러 닷지 램, 쉐보레 실버라도 등 '디트로이트 빅3'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도요타(툰드라) 닛산(타이탄) 등 일본자동차 업체들이 좋은 제품력을 갖고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재용 자동차 평론가는 "싼타크루즈는 포드 F시리즈보다 크기가 작은 경소형 픽업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수요가 큰 차급은 아니다"며 "픽업트럭을 대체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늘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산 픽업트럭은 무관세인 반면 한국의 픽업트럭은 25%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현대차 입장에서 불합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도 "북미 픽업트럭 시장은 미국차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다른 외국 업체들이 점유율이 미미하다"고 했다.
현대차가 픽업트럭을 팔려면 수출로는 가격 경쟁력을 맞출 수 없는 만큼 현지 생산을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연간 10만대 이상 팔릴 수 있는 차라면 현지공장 증설도 검토할 수 있으나 아직은 수요 예측이 어려운 시기다. 신규 투자 등을 감안하면 현대차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2021년 이후 무관세 혜택 등을 감안해 픽업트럭을 팔 계획을 세운 만큼 앞으로 북미 시장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수정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FTA 이전으로 관세 회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가장 큰 수확"이라면서도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낮아지기로 예정돼 있던 픽업트럭 관세 25% 유지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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