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이해진의 잇단 '스타트업 투자동맹'
"亞 유망 벤처에 투자…글로벌 유니콘으로 육성"
50%씩 출자…2000억 조성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헬스케어 분야 등 투자
2016년 첫 손 잡은 후 '네 번째'
[ 이승우/홍윤정 기자 ]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투자 여건을 봐가며 최대 1조원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50%씩 공동 출자해 2000억원 펀드(가칭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사모투자합자회사)를 조성한다고 27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최근 급성장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인터넷 플랫폼, 헬스케어, 소비재, 유통, 물류 등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중국과 일본 스타트업 가운데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두 회사는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투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서비스, 사업 노하우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 과정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 시장의 가교 역할도 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펀드 운용은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맡는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의 2000억원 펀드 조성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라인, 스노우 등 네이버의 서비스 이용자들이 많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발굴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2016년 9월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 세운 벤처캐피털 업체 코렐리아 캐피털에 자회사 라인과 함께 1억유로(약 1330억원)를 출자했다. 이어 지난해 1억유로를 추가로 넣었다.
네이버는 코렐리아 캐피털을 통해 유럽 지역의 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이엔드 음향기기 제조 기업 드비알레와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을 제작하는 스닙스, 리크루팅 플랫폼을 운영하는 잡티저, 사용자경험(UX) 데이터 분석 솔루션 회사 에이비테이스티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부터 프랑스 파리에 스타트업 협력사들을 위한 공간인 ‘스페이스 그린’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네이버의 해외 투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세계적 AI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현 네이버랩스 유럽)을 인수한 것도 이 GIO가 주도했다. 이 GIO는 지난 23일 해외 투자에 매진한다는 이유로 1999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네이버 이사회에서도 빠졌다.
네이버는 앞으로 미래에셋대우와 손 잡고 투자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가 유망 기업 투자를 위해 손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두 기업은 기술산업 육성을 목표로 신성장펀드를 조성했다. 1 대 1 매칭펀드로 500억원씩 투자했으며, AI·사물인터넷(IoT)·로봇·자율주행·스마트홈 등 향후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우수 업체들을 적극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사내 익명게시판으로 유명한 블라인드 앱과 국민 커플 전용 앱으로 알려진 비트윈 등이 이 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상호 지분 투자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6월 두 기업은 각사가 보유한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서로 매입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주식 4739만3364주(지분율 7.1%)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주식 56만3063주(1.7%)를 보유한 상태다.
이를 통해 사업 제휴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네이버의 AI 기술과 미래에셋대우의 금융콘텐츠를 결합해 로봇 어드바이저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사업 발굴 등을 목표로 했다. 당시 네이버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제휴로 AI 등의 기술과 금융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GIO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수년 전부터 경영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탄생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라는 공통점 덕분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유망 기업 발굴을 위한 펀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 외에도 셀트리온, GS리테일 등과 함께 신성장펀드를 조성했다.
이승우/홍윤정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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