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특례상장 잇단 실패… 기술 평가기관 전문성 논란

입력 2018-03-27 19:02  

3災 덮친 바이오산업
기술특례상장 '높은 문'

바이오 업계서 촉망받던
카이노스메드·바이오인프라
평가기관 1곳서 낙제 등급
코스닥 특례 상장서 떨어져
평가기관간 2등급差 나기도



[ 한민수 기자 ]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등으로 연초만 해도 기대가 컸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월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혁신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는 등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오업계는 코스닥 상장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유망주로 꼽히던 카이노스메드와 바이오인프라가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잇달아 떨어지며 기대가 우려로 바뀌었다. 평가기관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적자를 내더라도 기술이 뛰어나 유망한 기업에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2005년 도입된 제도다. 신약 개발에만 10년 넘게 걸리는 산업 특성상 상당 기간 적자가 불가피한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이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주로 입성했다. 하지만 최근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12곳 중 2곳으로부터 일정 기준 이상의 평가등급을 받아야 한다. 한 곳에서 우수한 기술사업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A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고, 나머지 한 곳에서는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기술특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자격이 주어진다.

카이노스메드와 바이오인프라는 한 곳으로부터 A등급을 받았지만, 다른 곳에서 BBB보다 한 등급 낮은 BB등급을 받아 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평가기관의 평가가 두 등급 이상 차이 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술평가를 준비 중인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 기업의 기술력 평가가 평가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보니 평가의 전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카이노스메드와 바이오인프라는 각각 신약 개발과 진단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어서 업계의 충격이 더 컸다.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와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 1상을 마쳤다. 에이즈는 중국에서, 파킨슨병은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인프라는 혈액을 통해 주요 암의 발생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에서 상용화했다. 합작사 설립을 통해 중국 진출도 추진 중이다. 두 기업에 투자한 금융투자기관의 자금은 각각 100억원 이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이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술평가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정책기조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기술평가가 전문가 참여 없이 이뤄지는 일이 적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기술 기업은 회사 관계자가 대부분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며 “이해관계 상충 때문에 이들 전문가가 배제되다 보니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2015년 열 개로 가장 많았고 2016년 아홉 개, 지난해 여섯 개로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는 지난해 기술평가를 마친 다섯 개 기업이 상장했고, 네 개 기업이 상장예심을 청구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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