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외국인 관광객 급증 영향
日 정부 "소비·투자 활성화 기대"
[ 오춘호 기자 ] 일본의 지방 땅값이 2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경기가 장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한 덕분이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초반 이후 지속된 자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회복에 외국인 관광객 증가 덕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국토교통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공시지가(1월1일 기준) 자료를 인용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공시지가가 전년보다 0.041% 상승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일본 지방의 공시지가가 전년 대비 오름세를 보인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다. 지방 번화가의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0.5% 올랐다. 대도시와 지방을 모두 합친 전국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0.7% 올라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국토교통부는 “거품경제 시기와 달리 실제 수요가 유입되면서 완만한 땅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스키 리조트가 몰려있는 홋카이도의 굿찬초(俱知安町)지역이었다. 상승률이 전년 대비 35.6%를 기록했다. 굿찬초 인근이 상승률 1~3위를 독차지했다.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소위 지방 거점 4개 도시의 상승률도 높았다. 이 도시들의 번화가 지역은 평균 상승률이 7.9%였고, 주택지도 3.3% 올랐다.
도쿄는 상업지가 3.7%가 올랐고, 주택지도 1% 상승을 기록했다. 오사카는 상업지가 전년 대비 4.7% 뛰었지만 주택지는 0.1% 상승에 그쳤다.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곳은 도쿄 긴자의 야마노(山野)악기 긴자본점 근처 거리로 ㎡당 5550만엔(약 5억6109만원)이었다.
경기 선순환 구조 형성되나
일본 땅값이 이처럼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일차적인 이유는 경기 회복이다. 일본 경제는 대규모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하는 아베노믹스 덕분에 2차 세계대전 후 두 번째로 긴 경기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기활황이 땅값을 밀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이 땅값 상승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 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19.3% 증가했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만 지난해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 오사카 번화가와 도쿄 긴자, 홋카이도의 리조트, 오키나와 등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산 가격 하락은 일본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기업들은 주식 가격 하락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고,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가 힘들었다. 자산가치 하락은 소비심리를 꺾어 소비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목표는 이 같은 자산 디플레이션을 막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공시지가 상승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자극해 경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러나 “자산 디플레이션을 확실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빈집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