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북핵 방정식
中 지지에 탄력받은 김정은
푸틴과도 정상회담 나설 듯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예고
여전히 '先 동결·後 폐기'
단계적 비핵화 고수
진정성 놓고 논란 가열될 듯
[ 이미아/강동균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사실이 28일 공식 확인되면서 북·중 관계가 한반도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소원했던 북·중 관계가 급속히 복원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폐기하는 형태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려는 한국과 미국 등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
양 정상은 비핵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나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힘을 다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며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김정은의 첫 방중을 환영한다면서 “이는 북·중 양당 및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나는 이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북·중의 전통적인 우의는 양국 원로 지도자들에게서 물려받은 귀중한 유산”이라고 강조한 뒤 “북·중 우의를 더욱 잘 발전시켜야 한다. 이는 국제 지역 정세 및 북·중 관계를 고려해 내린 전략적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올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유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해법은 제각각
북한과 중국이 비핵화에 동의한 듯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주변국의 해석은 크게 다르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단계적 비핵화’다. 핵무력과 미사일 기술을 먼저 완성한 뒤 한·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협상에 나서 체제 안전을 보장 받으려는 의도다.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제재 해제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핵을 폐기하겠다는 게 북한 입장이다. 북한이 내세우는 비핵화론엔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내 미국 전략자산 배치 불가 등도 포함돼 있다.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북한 비핵화 해법은 ‘일괄 타결론’이다. 누구도 풀지 못하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린 알렉산더 대왕처럼 북핵 폐기와 종전 선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한 번에 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북핵문제 해결 방안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다. 북한이 먼저 모든 핵무기 및 핵 관련 시설을 폐기해야 북한이 원하는 반대급부를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기존의 자체 비핵화 논리를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각국의 비핵화 관련 해석이 달라 자칫 북한의 논리가 진정성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북·러 정상회담 열릴 수도
북한이 러시아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은 이르면 다음달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다음달 중순께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간 회담을 위한 사전조율 성격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이렇게 큰 장(場)이 선 상황에서 러시아가 손 놓고 있을 리 없고 북한에 적극적으로 회담을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아직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은 없다며 이 같은 관측을 부인했다. 현지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아직 어떤 러·북 정상회담 일정도 잡힌 게 없으며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mi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