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이야기 쓰는 작가 아냐"
"이번 드라마의 승부수는 연기력"
지난해 '품위 있는 그녀'로 파란을 일으킨 백미경 작가가 또 한 편의 '대박'을 노린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손발을 맞췄던 이형민 감독, 김명민, 김현주, 라미란이라는 연기파 배우들을 등에 업었다. KBS2 새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의 이야기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가장 송현철A(김명민)이 이름과 나이만 같을 뿐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남자 송현철B(고창석)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휴먼 멜로 드라마다.
백미경 작가는 2014년 SBS 2부작 드라마 '강구이야기'로 데뷔한 후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줄곧 드라마를 펴냈다. 그는 '사랑하는 은동아'(2015)를 시작으로 지난해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 두 작품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치며 방송사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백 작가의 첫 공중파 데뷔작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KBS2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백미경 작가는 "저는 글 잘 쓰는 작가라는 확신은 없지만 스스로 뻔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가 만난 기적'은 시청자들이 많이 봤던 육체 빙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1,2회 넘어가면 편견이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백 작가는 이어 "작가로서의 꿈은 작품을 보기 전보다 보고 난 후 행복해지는 드라마를 추구한다. 이 드라마는 제가 추구하는 본질에 가장 잘 닿아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허세 부리지 않고 글 잘 쓰는 척 하지 않고, 대중적이고 쉽고, 따뜻한 진심을 담았다. 이 드라마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쓰겠다"라고 말했다.
이형민 감독은 "선수들 끼리 나온 느낌이 든다. 김명민이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말처럼 신뢰가 가는 배우들이 모였다. 이번 드라마의 승부수는 '연기력'"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백미경 작가와 이형민 감독의 일문일답.
▶ 그동안 JTBC에서만 연속 세 작품을 하셨습니다. 공중파인 KBS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백미경 작가(이하 백) = 그동안 JTBC에서 너무 많이 했습니다. 더 이상 못할 것 같아 공중파로 넘어가야 했는데 KBS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처음부터 이형민 감독님과 하기로 했는데, 감독님도 KBS 출신이기 때문에 결정했습니다.
▶ 이형민 감독과 백미경 작가는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백 = 이감독님과 '도봉순'을 할 때 B급 코미디를 하자면서 만들었습니다. 전 늘 복합 장르를 쓰죠. 어떤 분은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하시고 어떤 분은 미스테리라고 봅니다. 그때 '우리가 만난 기적'과 같은 정극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죠. 이 감독님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장르가 다 되는 연출가라고 생각하는 존경하는 분입니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있죠.
이 = '도봉순'은 워낙 잘 된 작품입니다. 그동안 로코는 있었지만 저런 코미디는 없었다. 굉장한 도전이었습니다. 백 작가님의 대본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기존의 드라마 작가들도 물론 잘 쓰지만 백 작가는 뻔하지 않은 그만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작가님이 '너무 젊은 사람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연출을 하면서 작가님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송현철 입장이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시청자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드라마는 너무 잘 될 것 같아요.
▶ '우리가 만난 기적'은 어떤 의도로 기획하게 됐나요.
백 =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와 같은 전작들은 예전에 써놓은 작품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오래전 기획을 한 작품이죠. 처음엔 신에게 도전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따뜻한 캐릭터의 사람이면 그에 의해 스토리가 아름답게 변화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다른 사람의 영혼이 몸에 빙의하는 소재는 기존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차별화 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백 = 제 기억 속에도 영혼 체인지를 다룬 작품은 10편이 넘습니다. 사실 저도 관심이 없었던 내용입니다. 하지만 1,2회 넘어가면서 편견이 무너질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동안 시청자들이 많이 봤던 육체 빙의가 아닙니다. 저는 제가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그동안 운이 좋아 주목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스로 뻔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는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이 1,2부를 외면하고 뒤에 들어오셔도 충분히 따라갈 이야기입니다. 아무쪼록 처음부터 보셨으면 좋겠지만요.(웃음)
▶ 김명민부터 라미란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 출동합니다.
이형민 감독(이하 이) = 이 드라마는 사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해야 했습니다. 스케줄도 되면서 이걸 할 수 있는(연기력이 되는) 배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시작부터 유력한 후보가 김명민, 김현주였죠. 라미란의 경우 작가님이 기획하는 단계부터 같이 해보자고 해서 출연하게 됐습니다.
작가님이 재밌는 글을 주셔서 저는 현장에서 '노가다 감독' 처럼 있으면서 배우, 스태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명민이 말한 '국가대표'란 표현이 생각나는데요. 잘난체 하는것 같긴 한데 신뢰가 가는 배우들입니다. 현장서 그들에게 기대어 가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드라마의 승부수는 '연기력' 입니다. 캐스팅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송현철B의 아내 역은 처음부터 라미란을 염두해 두고 쓰셨다고.
백 = 개인적으로 라미란의 팬입니다. 인터뷰를 몇 번 했죠. '품위있는 그녀' 박복자를 라미란 생각하며 썼었어요. 제가 남자면 라미란 같은 여자를 꼬셔보고 싶어요. 되게 러블리하고 매력이 있습니다.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니라 작품 때문에 일부러 만나자고 했고, 이런 걸 같이 하고 싶다고 얘기했죠.
▶ 선혜진 역할에 당초 최지우가 물망에 올랐었죠?
백 = 오늘 최지우의 결혼기사 났더라고요. 너무 하고 싶어 했는데 스케줄이 안맞아서 아쉬워 했죠. 하지만 저희에겐 김현주라는 최고의 배우가 있습니다.
이 = 김현주가 아니었다면 선혜진 역할을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어떤 드라마보다 예쁘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김현주에게 상처 주면 안됩니다. 정말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연기파 배우들 속 할리우드 출신 조셉리와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의 출연은 의외 입니다.
백 = 모든 캐스팅은 캐스팅 감독과 의논하에 하고 있습니다. 카이의 경우 신계에서 온 메신저 역할이라 남신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카이가 출연하게 됐죠.
조셉리는 이형민 감독님이 발탁한 배우입니다. 이 역할에 다니엘 헤니가 출연 제안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입니다. 그런데 다니엘 헤니가 '크리미널 마인드'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출연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배우를 찾다가 감독님이 전격적으로 발탁했죠. 조셉리는 연기도 잘하고 에너지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 극중 송강호, 금성무 등 실존하는 배우 이름을 사용하셨습니다.
백 = 홍콩배우 금성무의 팬은 아닙니다. 하하. 저는 이름을 결정할때 굉장히 본능적으로 선택합니다. 극중 아들의 이름은 강호였는데 아빠가 송 씨라 송강호가 되었고, 우연히 선택하게 된 거죠.
▶ 매우 빨리 대본을 넘기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백 = 세상에 발표된 작품들은 빨리 쓴 작품이 많습니다. 하지만 2년째 대본 2개만 나와 진행되지 않은 작품도 있고 한달 째 시놉시스 고민만 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저 역시 노트북에 잠겨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탄력을 받고 빨리 쓰이는 작품이 드라마화 되는 것 같아요.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비결이라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작품만 씁니다. 10시간 동안 밥도 안먹고 글만 쓰기도 하죠. 하지만 안 써질때는 3일 동안 아무것도 못하기도 합니다.
▶ 백미경 작가의 평소 집필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백 = 누가봐도 작업실에 처박혀 글만 쓰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아뇨?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역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고이는게 너무 싫고요. '품위있는 그녀'의 시청률 기록도 누가 깨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 기록을 다시 못깨니까. 영감을 얻을 때, 누가 봐도 이상한 사람들, 사람들이 피하는 사람을 만나 교제를 해요. 그런 과정에서 캐릭터를 많이 얻습니다.
▶ 드라마에서 '반전'을 주는 것에 강박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나요.
백 = 재밌는 드라마, 행복해 지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애를 씁니다. 시청자의 시간을 뺏는건데 작가의 자아실현,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쓰기보다 시청자가 보고싶은 드라마를 씁니다.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주로 시청률이 잘 안나오는 마이너 작품입니다. 반전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재밌게 쓰려고 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 최근 영화 '흥부'의 각본을 쓰시기도 했습니다.
백 = 영화는 작가의 것이라기보다 대본이 넘어가면서 관여하는 부분이 없습니다. 콘트롤 타워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입니다. '흥부' 각본은 초고 자체가 완전히 코미디였습니다. 각색 과정에서 많이 바뀌었죠. 이번에 경험하면서 아프지만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제작진에게 여전히 감사한 마음입니다. 감독님은 연락이 되지 않지만요.
▶ 작가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백 = 매번 새로운 것을 쓰는 것, 장르적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포부입니다. 아마 다음엔 파격적인 작품을 쓰게 될 것 같아요. 공중파에선 하지 못하는 작품이요. '우리가 만난 기적'은 공중파란 채널에 적합한 소재로 따뜻하게 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위라는 것이 없고 따뜻함 속에서 최선을 다했죠. 도리어 저는 채널이 고맙습니다. 많은 시청자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작가로서 앞으로의 야망은 끝 없는 도전입니다. 이 드라마 또한 새로운 도전이죠. 제일 존경하는 이형민 감독님과 연기로는 감히 말할 수 없는 배우들과 함께라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작업 과정입니다.
▶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JTBC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KBS 최고 시청률을 노리고 계신가요.
백 = 이 작품은 정말 자극이 없는 드라마입니다. 시청률을 노렸다면 이런 소재로 쓰지 않았을 거에요. 단지 스스로에게 후회 없는 작품, 제작사가 손해 보지 않고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드라마는 작가의 것만도 아니고 감독, 배우가 같이 만들어 갑니다. 만약 시청률이 잘 나온다면 대본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닐겁니다. 두 가지 요소(배우, 감독)가 시너지를 일으킨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설적인 편입니다. 한 마디만 드리자면, 시청률이 안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고는 아니어도 말입니다. 하하.
이 = 백 작가님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지만 시청률 면에서 차라리 저는 욕심이 덜 한 편입니다. 작가님은 요즘 잠도 잘 못 주무셔요. '우리가 만난 기적'은 공중파에 맞는 이야기이고 국민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남녀노소가 좋아할 수 있는 요소가 다 들어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을 옆에 두고도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걸 일깨워 주는 계기가 이 드라마에선 '신의 실수'라고 생각이 되고요. 시청률은 잘 나올 것 같습니다.
백 = 사실 이 감독님과 저는 신경을 덜 쓰는데, 주변에서 프레셔(압박)을 많이 줍니다. JTBC에서는 12% 시청률이 나왔는데 공중파에서도 그 정도 나와야 하지 않겠냐면서요. 10%는 넘겠죠?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 현장에서 너무 즐겁습니다. 선수들끼리 나온 느낌이죠. 서로 배려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백 작가님이 좋은 대본을 빨리 주고 계시고요. 이런 즐거움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연출 포인트는 작가님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순수한 열정이 있는 이야기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입니다. 판타지가 있는 따뜻하고 감동적이고 울컥하기도 하는 영화같은 드라마가 만들어 졌으면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보더라도 굉장히 좋아할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더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백 = 사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기자셨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을 보면 마음이 좀 각별합니다. 아버지가 주신 재능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버지 생각하며 글도 많이 썼죠. 이 드라마를 통해 작가로서 이루고자 하는 꿈은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기 전보다 보고 난 후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 드라마 추구하는 본질에 가장 잘 닿아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허세 부리지 않고 글 잘 쓰는 척 하지 않고 쉽고 대중적으로 따뜻하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이 드라마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요.
'우리가 만난 기적'은 오는 4월 2일 밤 10시 첫 방송 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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