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 금융권 수장들 줄줄이 불명예 퇴장…후폭풍 어디까지

입력 2018-03-30 14:16  



금융권 수장들이 채용비리 의혹에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시작으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등이 짐을 싼 가운데 인사 담당자가 구속된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은 전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DGB금융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은행장에서 물러난 지 일주일여만에 회장 자리도 내놓은 것이다.

박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에 이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사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대구은행을 압수수색한 결과 30여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파악하고, 채용비리 과정에서 박 회장이 관여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KB국민, KEB하나, BNK부산, DGB대구, JB광주 등 5개 은행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하나은행(13건), 국민은행(3건), 대구은행(3건), 부산은행(2건), 광주은행(1건) 등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BNK금융도 검찰 수사의 직격탄을 맞았다. 검찰은 부산은행 사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하고 최근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과 강동주 BNK저축은행 대표이사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채용비리 폭풍이 지방은행을 휩쓸면서 금융권의 시선은 국민은행, 하나은행으로 쏠려있다. 인사 담당 실무진들이 연이어 구속된 만큼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검찰은 지난 6일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를 전격 구속한 바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 이후 처음으로 인사 담당 실무자가 구속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당시 국민은행은 채용 청탁을 받은 사람의 명단을 별도로 작성·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누나의 손녀가 서류·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이었는데도 2차 면접에서 최상위권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측은 정상적인 기준 및 절차에 의한 채용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윤 회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나은행도 이날 인사 관련 임원들이 구속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하나은행에서 2015∼2016년 인사부장을 지낸 송모 씨와 그의 후임자로 2016년 인사부장이었던 강모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현직 본부장급 임원으로 하나은행 신입 채용 과정에서 은행 사외이사, 계열사 사장 등과 관련된 지원자에게 공고되지 않은 지원전형을 적용하고 높은 면접 점수를 주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특정 대학교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올리고 건국대 동국대 명지대 한양대(분교) 등 지원자의 점수를 하향시켜 탈락시킨 의혹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13건 중 사외이사 관련자·계열 카드사 사장 지인 자녀 등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의혹이 6건, 특정대학 출신 합격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의혹이 7건이었다.

하나은행에는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로 촉발된 특별검사도 진행중이다. 최 전 원장은 하나금융 사장 재직시절 특혜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취임한 지 6개월만에 사퇴했다. 금융당국은 의혹이 불거진 배경에 하나금융이 있다고 보고 무기한 검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 실무진들이 무슨 힘이 있어 독단적인 판단을 내리고 결정하겠나"라며 "검찰의 칼 끝은 당연히 가장 윗선으로 향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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