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긴 공백기를 깨고 국내 시장에 복귀했다. ‘디젤 게이트’ 파문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과거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던 만큼 수입차가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첨병 역할을 맡은 건 중형 세단 ‘신형 파사트 GT’(사진)다. 파사트는 1973년 전 세계 시장에 나온 뒤 2200만 대 이상 팔리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신형 파사트 GT를 타고 서울 시내와 고속도로 등 90여㎞를 달려 봤다. 이번 시승은 연령대별로 느낄 수 있는 상품성을 비교하기 위해 마련했다.
◆ 20대가 타본 신형 파사트
무난한 아빠차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그르르’하는 소리를 내며 엔진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은 잘 막았지만 특유의 진동이 있었다. 시트 포지션은 편안했다. 나파 가죽을 사용해 온몸이 편안하게 파묻혔다.
가속 페달을 밟자 의외의 달리기 실력을 발휘했다. 속도계가 110㎞ 넘게 올라갔지만 체감 속도는 훨씬 낮았다. 이 차는 최고 출력 190마력과 최대 토크 40.8㎏·m의 힘을 낸다.
달릴수록 노면을 꽉 움켜쥐고 달리는 듯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과 단단한 섀시(차대)는 운전자 의도에 즉각 반응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서스펜션이었다. 불쾌한 출렁거림 없이 운전자를 잘 받쳐줬다. 그렇다고 충격 흡수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편안함과 주행감 사이 균형을 절묘하게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360도 전방위 시야를 확보하는 에어리어 뷰, 사각지대감지 시스템 등은 운전을 편리하게 해줬다.
다만 실내 인테리어는 아쉬웠다. 곳곳에 쓰인 우드 소재와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보드)는 최근 나온 경쟁 모델보다 뒤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디지털 계기판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속도계 눈금 등을 간결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신형 파사트는 흠 잡을게 많지 않지만 특별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한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앞세워 대다수 소비자를 충족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시승하는 동안 연비는 L당 10.8㎞를 기록했다. 이 차의 공식 복합연비는 15.1㎞/L(2륜 구동 기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 40대가 타본 신형 파사트
계기판 변화 운전 재미
유일한 흠은 가격
폭스바겐의 복귀작 신형 파사트를 타봤다. 영업 중단을 마치고 3월부터 판매에 나선 차다. 가장 큰 변화는 종전의 미국형과 달리 유럽형이란 점이다. 유럽 시장에선 2년 전 소개됐고 한국에는 뒤늦게 인사하러 왔다.
파사트는 대중차다. 그런데 신형은 고급세단을 닮아가려 했다. 운전석에 앉아 주요 기능을 먼저 조작해봤다. 버튼 시동키는 변속기 옆에 있다. 시동을 켜면 클러스터가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로 운전자를 맞이했다.
계기판 클러스터는 조작에 따라 좌우 그래픽이 달라졌다. 각종 기능을 통합한 '뷰 보기'로 들어가 기어 단 및 속도, 연비 및 주행가능거리, 효율성 등으로 조작하면 됐다. 이같은 조작의 미묘한 변화는 운전 중 재미를 더해줬다.
대시보드 상단의 8인치 디스플레이에는 다양한 차량 정보를 안내했다. 카(CAR) 버튼을 누르면 차가 출발한 이후부터 이동한 구간의 주행시간, 연비, 주행속도 등 세부 정보를 알려줬다. 내비게이션 '보이스' 기능은 '신내역' 등의 음성인식으로 목적지를 안내해 사용이 편리했다.
차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에 6단 더블클러치변속기와 조합을 맞췄다. 디젤 세단답게 1900~3300rpm에서 최대 40.8㎏·m의 토크를 뿜어내는 힘은 도심에서 넉넉한 가속감을 자랑했다.
시동키 아래 '모드' 버튼을 누르면 '에코(E) 노멀(D) 스포츠(S)' 등으로 주행 성격을 바꿀 수 있었다.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패들시프트를 이용해도 됐다. 운전석 전방 유리에 차량 속도를 안내하는 헤드업디스플레이 기능이 있는데 시야에서 방해되면 운전자가 기능을 차단할 수도 있다.
충격을 준 '디젤 게이트'로 자동차 공룡 브랜드가 치명상을 입었지만 차가 도로에서 반응하는 기본기 하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페달을 밟으면 운전자가 원하는 위치까지 빠르게 응답하고 정지 구간에선 강력한 브레이킹 성능을 과시했다. 서스펜션은 단단해 스티어링휠을 좀더 과격하게 돌리고 싶은 욕구마저 자극했다.
시동을 켠 채로 잠시 차에서 멀어졌다가 운전석으로 돌아오니 차가 알아서 엔진 시동을 껐다. 파사트 명성답게 효율은 좋다. 시내에서 시속 80㎞ 미만으로 정속 주행하면 엔진회전 1200~1250rpm에서 달렸다. 꽉 막힌 강변북로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해도 연료 효율 수치는 L당 11.8㎞ 밑으로는 안 떨어졌다. 기름값을 따지는 운전자 눈높이를 잘 맞췄다.
시승하면서 흠을 잡을려고 해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중브랜드 폭스바겐이 럭셔리 영역까지 넘보는 도전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지난치게 뛴 가격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가격은 기본형 4320만원부터다. 500만원가량 올랐다. 풀타임 4륜구동을 선택하면 5290만원. 시승한 차량은 소비자가 4610만원의 프리미엄 트림이었다.
한층 진화한 상품성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던 것일까. 그동안 파사트 구매층은 캠리·어코드·알티마와 비교하다가 독일차로 많이 넘어갔다. 지금 가격은 기존 구매자들이 받아들이기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제 파사트가 벤츠 C클래스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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