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도리이·분홍 벽돌길·조각공원은 찍을 때마다 '인생샷'
조각공원으로 이름난 벚꽃명소 도키와 공원
야마구치 여행은 우베시에서 시작된다. 우베 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찾을 수 있는 곳에 우베의 자랑인 도키와 공원이 있다. 100만㎡에 달하는 도키와 호수를 중심으로 조성된 종합도시공원이다. 도쿄돔 크기의 무려 40배나 되는 공원 내에는 3500그루의 벚나무와 창포, 수국, 철쭉 등 8만 그루나 되는 다양한 꽃이 철마다 피고 진다. 이 때문에 도키와 공원은 NHK 방송사가 모집한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풍경’에서 종합 공원으로는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벚꽃 명소로도 이름이 높은 도키와 공원은 일종의 테마파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과 녹음이 가득한 거대한 자연 공원을 필두로 도키와 뮤지엄 식물원과 동물원, 어트랙션 시설까지 있다. 특히 우베 시민이 만들어가는 정원을 콘셉트로 조성된 원형 정원인 ‘꽃 가득히 운동기념가든(花いっぱい運動記念ガ-デン)’에는 장미와 허브가 가득 피어 있다.
도키와 공원은 예술공원으로도 이름이 높다. 야외조각의 국제 콩쿠르인 ‘UBE 비엔날레’가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중심 무대로 수상작품 100여 점의 세계적인 조각작품이 상설전시 중이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무카이 료키치 작가의 ‘개미의 성’이다. 무려 5m나 되는 거대한 조각은 우베 현지 공장에서 수집한 고철과 레일 배관을 잇대어 만들었다고 한다. 야외조각공원 옆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과 유원지가 있다. 한국의 에버랜드만큼 다양한 동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흰손긴팔원숭이, 카피바라 등과 같은 희귀 동물들이 있어 제법 볼 만하다. 유원지에는 10여 종의 어트랙션이 있는데 청룡열차 같은 최신형이 아니라 대관람차 같은 것들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다.
메이지 유신의 흔적 찾을 수 있는 성하마을
오히려 공원 내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석탄기념관 같은 근대 역사유산이다. 야마구치는 일본의 어떤 지역보다 근대화가 일찍 시작됐고 메이지 유신 이후 석탄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을 만큼 공업화된 도시였다. 그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석탄기념관이다. 3000여 점에 달하는 석탄산업 관련 유물은 물론이고 석탄 채굴을 재현한 갱도도 있다. 실상 도키와 공원도 석탄산업의 부산물로 조성된 것이다. 급격하게 우베시가 공업화되면서 매연과 공해가 심각해지자 우베 주민들이 나서 녹음이 가득한 도시로 바꿔놓자는 시민운동의 결실로 도키와 공원이 건설된 것이다.
석탄산업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유적은 우베 시내에 있는 ‘분홍빛 벽돌 골목길’이다. 1910년 후반 당시 길거리에 버려진 석탄재로 벽돌을 만들어 골목을 조성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연분홍의 벽돌 골목길은 사진촬영 포인트로 유명해졌다.
도키와 공원이 공업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하기시의 성하마을은 17세기 에도시대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하얀벽의 흙담과 기와지붕이 끝없이 이어져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세월이 지나도 거리는 변하지 않았고 17세기 당시 지도가 통용될 정도로 오래된 모습을 간직한 ‘서쪽의 교토’로 이름이 높다.
하기 성하마을은 이름 그대로 하기시 산성 아래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1604~1608년까지 4년에 걸쳐 쌓은 하기성은 전국시대에 오다 노부나가와 맞서 싸웠던 모리 데루모토가 지은 성이다. 현재는 천수대와 석벽 해자만 남아 있고 건물은 소실됐다. 마을에는 무사 저택과 상가, 요시다 쇼인 등 막부 말 유명인사들의 생가도 방문할 수 있다.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자기를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어 마치 인사동과 북촌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메이지 유신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던 인사라고 해야 사카모토 료마나 사이고 다카모리 정도밖에 아는 바가 없어서인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인물들이 생소하기 이를 데 없다.
바다로 펼쳐진 붉은 도리이 모토노스미이나리
야마구치는 독특한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도 이름이 높다. 대표적인 볼거리가 야마구치 끝단 나가토시에 있는 모토노스미이나리 신사다. 마치 교토의 후지이미이나리를 연상케 하는 123개의 붉은색 도리이가 100m 이상 길게 늘어서 있다. 이나리(여우)라는 이름이 들어간 신사답게 이 신사도 여우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어부 오카무라는 간밤에 꿈을 꾸었다. 흰 여우가 나와 바다가 저리도 잠잠한 이유는 모두 여우 신 덕분이니, 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신의 계시라고 생각한 오카무라는 그날로 마을 사람들의 기부를 받아 신사를 지었다고 한다. 쇼와 30년 흰여우의 계시로 만든 신사가 바로 모토노스미이나리다. 신사 앞에는 푸른 바다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푸른 바다와 빨간 도리이가 함께 만들어진 모습은 장관이다. 2015년 CNN이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 31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가장 큰 도리이가 있는데 상단 중앙에 달린 사이센바코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나가토 시에서 20분 정도 시모노세키 쪽으로 가면 쓰노시마 대교가 보인다. 2000년 11월 개통한 무려 1780m나 되는 거대한 대교는 17년 전에 지어진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공법을 자랑한다. 바다는 물론이고 이어진 쓰노시마 섬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어서 드라이브 코스나 CF 및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쓰노시마 대교는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지 않고 약간 왼쪽으로 꺾여진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중간에 배를 통과시키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야경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대교를 타고 들어가면 둘레 17㎞ 정도의 쓰노시마 섬이 나타난다. 소의 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쓰노시마 섬은 소담하다. 특별히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고 섬 중앙에 있는 43m의 등대가 인상적이다.
매력적인 루리코지와 기이한 긴타이교
야마구치 시에 있는 루리코지 사원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무로마치시대 오우치씨 25대손인 오우치 요시히로가 창건한 이 절은 벚꽃과 매화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 안타깝게도 루리코지는 저녁이 돼서야 도착했다. 하지만 푸른색을 띠는 루리코지의 5층탑을 보는 것만 해도 본전을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불빛에 반사돼 푸르게 빛나는 모습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신비로웠다. 교토의 다이고지, 나라의 호류지 탑과 함께 일본 3대 탑이라고 불릴 만했다.
야마구치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을 꼽는다면 단연 이와쿠니시의 명물인 긴타이교다. 니시키가와 강에 만들어진 목조 아치교인 긴타이교는 일본 3대 명교(名橋)이자 기이한 다리로도 알려져 있다. 5개의 아치로 된 다리의 전체 길이는 193.3m, 폭은 5m다. 아치가 이어지는 모습은 예술적이다. 아치를 넘을 때마다 사람이 보이고 또 사라진다. 사계절 아름다운 명승지로도 유명하며 17세기 중반 중국 항저우 출신의 고승이 가져온 책 속의 항저우 서호 금대교 다리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여행메모
서울에서 야마구치현으로 가려면 에어서울의 인천~우베 노선을 이용하면 된다. 야마구치현은 교통이 그리 편리하지 않다. 시내버스가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매우 길어 보통 여행자들은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한다. 숙소는 유모토 온천 근처에 많다. 야마구치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 중 하나는 긴타이교 앞에서 파는 이와쿠니 스시다. 에도시대 초기 이와쿠니 성의 영주가 고안한 보존식으로 기존 스시와 달리 밥에 생선살과 채소, 연근, 버섯 등을 올린 뒤 이를 몇 겹으로 쌓아 만들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시루떡처럼 잘라서 먹는데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야마구치=글·사진 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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