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쓰는 순간 눈앞에 수술실이 펼쳐진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니 수술에 열중하고 있는 의사가 보인다. 폐암 환자의 암 조직을 절제하는 장면을 생생히 관찰할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수술 도중 주고받는 대화도 들을 수 있다.
송영일 서틴스플로어 대표(사진)는 "기존 가상현실(VR) 기반 의료 콘텐츠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사실감이 떨어졌다"며 "360도 VR 특수촬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질의 의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리듬 게임 'O2JAM'을 개발하는 등 18년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2015년 회사를 세워 코카콜라 현대자동차 레드불 등과 협업해 다양한 VR 콘텐츠를 제작했다.
서틴스플로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콘텐츠에 뛰어들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의학교육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의사의 수술 집도 과정을 촬영 및 편집하고 있다. HMD 착용자가 수술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사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찍은 영상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스티칭'이 중요하다.
송 대표는 "카메라 거치 위치, 카메라 발열, 해상도, 수술별 촬영법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을 VR로 옮겨오는 일은 매우 전문적인 작업"이라며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병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의학 교육 콘텐츠에 대한 병원의 수요는 높다. 수련의나 간호사는 교육용 영상 자료를 여전히 CD로 일일이 보며 수술 준비 및 집도 절차를 숙지해야 해 다소 번거롭다. 수술 참관 교육도 좁은 수술실에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없고 환자 안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송 대표는 "VR을 활용한 의학 교육은 실제 수술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고 참관 수업의 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틴스플로어는 분당서울대병원이 마련 중인 의학 교육 커리큘럼에 따라 지금까지 폐암 척추 어깨 고관절 등 10여 편의 수술 영상을 확보했다. 그는 "연구개발과 콘텐츠 확보를 병행해 내년쯤 의학교육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틴스플로어는 의학 교육 콘텐츠의 시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병원마다 잘하는 수술이 달라 맞춤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송 대표는 "어떤 의사는 본인의 수술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다시 촬영하자고 하기도 했다"며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는 의욕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는 또 "외국 의대생이나 전문의가 돈을 내고 한국까지 와서 수술을 참관한다고 들었다"며 "수술 경험을 제공하는 우리 콘텐츠가 선진 의료 교육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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