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잇따라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주주중시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18일 새로운 주주친화제도 도입 계획을 공개했다.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현대차그룹 내 일부 계열사는 투명경영위원회를 운영해왔지만, 실질적인 주주의 권리를 챙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회사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기존 사외이사 중 한 명을 주주권익 담당 이사에 앉히는 방식으로는 일반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대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지적을 수용, 주주권익 담당 사외이사 선임 제도 자체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주주권익 담당 사외이사는 △홈페이지 공고 △사외이사후보 추천 자문단 구성 △사외이사 후보 접수 △자문단의 사외이사 최종 후보군 선발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후보 선정 △주주총회를 통한 사외이사 선임 △투명경영위원회 내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선임 등의 과정을 거쳐 선출된다.
그룹 내 1호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는 현대글로비스에서 나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1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를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길 교수는 주주 권익 제고 활동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맡는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월 주주추천 공모를 시작으로 사외이사 선임 작업을 진행했다. 후보 추천 자문단 구성, 후보 모집 및 접수, 후보군 선정, 후보추천 위원회의 결정 등 과정을 거쳐 길 교수가 최종적으로 선출됐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올해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는 이런 노력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 현대모비스는 2020년에 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지배구조 개편안도 내놓았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및 사후서비스(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다. 분할된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는 투자와 미래자동차 관련 핵심 부품 사업에 집중한다. 기아차와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는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매각한다. 이들 회사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모두 23.3%다. 대신 오너 일가는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모두 계열사에 팔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라는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내야 하는 세금은 최대 1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세금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며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 지배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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