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인데…' 한마디에 뻥뚫린 안전

대낮 초등교서 1시간 인질극…학부모 '발동동'

서울 방배초 20대男 제압
학교보안관 제도 곳곳에 구멍


[ 구은서/임락근 기자 ] 초등학교 교무실에서 외부인이 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1시간 만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문을 지키던 학교 보안관은 피의자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육청과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47분께 A씨(25)는 방배초 교무실에서 “기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4학년 B양(10)의 목에 과도를 대고 약 1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가 낮 12시43분께 경찰에 검거됐다. 방배서로 호송된 A씨는 취재진에 “군대에서 가혹 행위로 조현병(정신분열증)이 생겨 전역 후 국가보훈처에 보상을 요구했는데 거절당했다”며 범행 이유를 밝혔다. B양은 외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오후 3시께 퇴원했다. 범인은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학교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방배초 정문을 지키고 있던 학교 보안관은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 학교 보안관 근무 매뉴얼에는 모든 학교 방문자의 인적사항을 적게 돼 있지만, 이를 어기고 학교 행정실로 안내했다.

사건이 일어나면서 학교는 오후 1시께 학생 전원을 조기 하교 조치했다. 뉴스를 보고 직장에서 학교로 달려왔다는 한 학부모는 “정문에 버젓이 ‘방문자는 학교 보안관실을 경유하라’고 적어 놓고도 전혀 통제가 안 된 것 아니냐”며 “놀라서 아직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말했다.

학교 보안관 제도는 정문에 보안관을 배치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외부인 출입을 관리·통제하는 제도다. 2010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를 납치·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을 겪으며 서울시가 2011년 3월 처음으로 도입했고, 지금은 전국에서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학교 보안관 제도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고령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조례는 학교 보안관의 나이를 만 55~70세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근무 중인 1187명의 56%가 만 65~70세로 한계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일선 보안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보안관은 “학교 보안관에게 서울시가 지급하는 것은 제복과 경광봉이 전부”라며 “괴한이 들어와 학생들을 공격해도 제압할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구은서/임락근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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