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김정태 회장·함영주 행장도 연루 의혹" vs "사실무근" 하나금융

입력 2018-04-02 19:26  

하나금융 채용비리 진실공방
2013년 채용비리 특검…의혹 32건 적발

'수장 낙마' 금감원, 경영진 정조준에
하나금융 반발…김종준 前행장만 시인
검찰 수사 결과 따라 한쪽은 '치명상'



[ 박신영/강경민/김순신 기자 ]
지난해 하반기부터 갈등을 빚었던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이 또다시 맞붙었다. 이번 전선은 채용비리 혐의다. 금융감독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등이 2013년 신입행원 채용 때 청탁을 하는 등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정황을 검찰에 넘겼다. 반면 하나금융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금감원과 하나금융 경영진 중 한쪽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의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 회장은 거취에 대한 의사 표명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반면 검찰 수사에도 채용비리 사실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금감원은 무리한 검사라는 비판과 함께 치명상을 입게 될 전망이다.

◆“김 회장 추정 채용비리 있어”

김 회장이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에서 채용청탁한 것으로 금감원이 의심하는 사례는 두 건이다. 채용서류에서 두 명의 지원자 이름 옆에 ‘김OO(회)’라고 기입돼 있었다. 이 중 합격한 한 명은 채용 전형에서 태도불량 등으로 0점 처리됐는데도 최종 면접을 통과했다. 채용서류에 기재된 ‘김OO’는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이었고 KEB하나은행 전무로 재직 중이다.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는 “‘회’자에 대해 KEB하나은행 인사부장이 ‘(김) 회장 또는 회장실로 보인다’고 추정된다는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함 행장과 김 전 행장의 채용 청탁 정황도 나왔다. 추천 내용에 ‘함OO 대표님(OO시장비서실장 OOO)’이라고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통과 기준에 못 미쳤지만 합격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함OO 대표님’은 당시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였던 함 행장이었다.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 6명 중 4명이 합격했는데, 이 중 3명 또한 서류전형 등에서 합격 기준을 밑돌았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외부에서도 채용을 청탁해온 정황을 발견했다. 추천내용에 ‘국회정무실’이 표기된 지원자와 ‘청와대 감사관 조카’가 적힌 지원자는 둘 다 점수가 합격선보다 낮았지만 현재 은행을 다니고 있다.

◆하나금융 “사실 아니다”

이번 금감원 검사에서 김 전 행장을 제외한 해당 임원들은 채용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최 부원장보는 “금감원의 검사반장이 김 회장에게 채용청탁 내용을 물었지만 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도 금감원 검사 발표 직후 공식적으로 “금감원의 이번 검사가 대체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며 “김 회장과 함 행장 모두 해당 지원자를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금감원이 지적한 성차별이나 학교차별 역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합격자 가운데 명문대 출신은 약 15%인 반면 지방대 출신은 46%에 달했다”며 “사기업이 사업적 필요에 의해 특정 대학의 합격 비율을 유지하는 게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성차별 의혹과 관련해서도 강력 부인하면서 “금감원이 민심을 자극하기 위해 민감한 이슈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갈등 3라운드

금감원의 이번 특별검사 결과 발표로 금감원과 하나금융은 세 번째 충돌 양상에 접어들었다. 김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절차를 연기하라고 요구한 이후 청와대가 개입해 금융당국이 물러선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최흥식 전 원장이 채용청탁 의혹으로 사의를 밝힌 것이다. 이번엔 금감원이 김 회장의 연루 의혹을 직접 발표하고, 김 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관련 수사에 들어갈 경우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검찰 수사결과 김 회장과 함 행장 등의 채용청탁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하나금융 최고경영진의 퇴진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아무런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금감원은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된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김기식 원장 취임 직전에 서둘러 발표한 것은 김 원장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신영/강경민/김순신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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