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랄까…양해 구한다"
이례적으로 신속 사과
평화 공세 공들이는 北
대화 분위기 악영향 우려한 듯
[ 이미아 기자 ]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고 하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일 오전 우리 측 취재단 임시기자실이 있는 평양 고려호텔 2층 면담실을 방문했다. 전날 우리 측 예술단 평양 공연 취재를 제한한 것을 사과하기 위해서다. 예술단과 동행한 우리 측 기자단은 지난 1일 공연 취재를 위해 동평양대극장을 찾았으나 북한 측의 갑작스러운 입장 금지조치 때문에 취재하지 못했다.
김영철은 2일 오전 우리 측 취재단에게 “기자분들이 취재 활동에 많은 제한을 받아 불편하다고 들었다”며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기자들에게 듣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엔 북측에서 이택건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우리 측에서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참석했다.
김영철은 취재진의 설명을 들은 후 “취재 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한 건 잘못된 일”이라며 “북측 당국을 대표해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또 “어제 행사는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다. 행사에서 위원장의 신변을 지켜드리는 분들하고 공연 조직하는 분들하고 협동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가 남북한 행사와 관련해 직접 나서 ‘사죄’란 표현까지 쓰며 신속히 사과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김영철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것은 의도적으로 취재 활동에 장애를 조성하거나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우리가 초청한 귀한 손님들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평화 공세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철저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최소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이런 유화책은 계속될 전망이다.
통일부는 이날 “우리 측은 공연 종료 직후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풀 기자단 취재 제한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또 “남북 양측 정상이 남과 북의 예술단 공연을 상호 관람함으로써 정상회담을 앞두고 봄바람 같은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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