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초 인질범 경찰 진술 들어보니…"학생잡고 투쟁하라 환청 들었다"

입력 2018-04-03 14:16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 들어가 1시간 동안 학생을 잡고 인질극을 벌였던 20대 범인이 경찰 조사에서 "환청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인질강요·특수건조물침입 혐의를 받는 양모(25)씨가 경찰 조사에서 "'학교로 들어가서 학생을 잡아 세상과 투쟁하라. 스스로 무장하라'는 환청을 듣고 교무실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애인 일자리사업으로 서초구청 장애인시설에서 일하는 양 씨는 전날 오전 8시께 출근한 뒤 오전 10시30분께 약을 먹기 위해 귀가했다가 우편함에서 국가보훈처에서 발송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통지서를 받았다.

이 통지서에는 '군에서 생긴 질병이 아니어서 보상이 불가하다. 입대 전에도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보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이 같은 보훈처 답변에 불만을 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양 씨는 이 통지서를 받고 '스스로 무장하라'는 환청을 듣고 집에서 흉기를 챙겨 방배초등학교로 갔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그는 이어 오전 11시 39분께 방배초등학교 정문을 졸업생이라며 통과한 뒤 곧바로 교무실로 들어가 선생님의 심부름을 위해 교무실에 온 A(10) 양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낮 12시 43분께 양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양 씨가 뇌전증(간질) 증상을 보여 체포 직후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했다.

경찰은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양 씨의 진술에 따라 병원 기록을 조사해 양 씨가 2013년 7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군 복무 중인 2013년 7월 일주일간 병원에서 정신병적 증상 악화로 치료를 받았고, 2014년 7월 제대 이후에도 통원치료를 받았다. 2012년 5월에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지만, 정신과 진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울러 양 씨가 과거 3∼4차례 폭행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양 씨는 폭행 사건 당시에도 정신병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씨가 방배초등학교 졸업생이며, 2015년 11월께 뇌전증 4급으로 복지카드를 발급받아 지난 1월부터 구립 장애인시설에서 근무한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양 씨에 대해 인질강요·특수건조물침입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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