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되자 개정안 처리 소극적
한국당, 여당때 "안된다"더니
'국회 보이콧' 앞세워 처리 압박
[ 김형호 기자 ]
방송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 발목을 잡고 있다. K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이사 선임 방식을 변경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여야 교체 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180도 바꾼 대표적 ‘내로남불’ 법안이다.
방송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3일 국회는 이틀째 개회도 못 한 채 파행을 이어갔다. 이날 주요 상임위원회 의사일정은 물론 환경노동위원회가 주최한 최저임금산입범위 전문가 공청회까지 취소됐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방송법의 4월 개정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임시국회 소집에 응할 수 없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이 합의가 안 됐으니 특별한 지침이 있을 때까지 상임위 의사일정 진행을 보류해달라”는 지시를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방송장악 금지를 위한 개정안을 거부하는 한 국회 본회의, 상임위, 추경안 논의도 중단하겠다”며 한국당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에 대해 “보수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통과의례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며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는 생각은 안 하고 정쟁에 몰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법 개정안의 이면을 보면 민주당이 더 궁색한 처지다. 민주당은 대선 이전 KBS 등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을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지난해 7월 발의했다. 현재 여야가 3명과 2명씩 추천하는 이사진을 여 7명, 야 6명 추천으로 바꾸고 3분의 2(9명) 찬성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절대다수제 도입이 핵심 내용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홍역을 앓는 공영방송 사장의 중립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한국당은 여당 시절 이 같은 개정안에 반대했으나 야당으로 처지가 바뀌자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뒤부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방송법은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당시 야당의원 162명이 발의한 법안으로 야당 시절 민주당은 빨리 통과시키자 해놓고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민주당은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에 한국당 강효상 의원안, 정의당 추혜선 의원안 등 여러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니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인데 법안 심사 소위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선 무조건 4월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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