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委→경제사회노동委… 간판 바꾸는 데만 두 달

입력 2018-04-03 19:15  

노사정 대표 2차 회의

여성·비정규직·청년
중견·中企·소상공인 등
참여주체 확대했지만

결론도출 방식 결정 등
구체적 논의는 진전 안돼
노사간 이해 조정 진통 예상



[ 백승현 기자 ] 노동계, 경영계, 정부 간 협의체인 노사정위원회가 20년 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단다. 2007년 노사정위원회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뒤로는 11년 만이다. 지금까지 노·사·정·공익 각 2명으로 구성됐던 회의체는 비정규직, 청년, 여성,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대표 등 참여 주체가 대폭 늘어난다.

사회적 대화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월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 6자 회의체는 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성현 노사정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6명이 참석했다.


1월31일 1차 회의 후 두 달여 만에 만난 대표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새 사회적 대화 기구의 명칭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사실상 확정했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경제사회위원회’와 민주노총의 ‘사회노동위원회’ 안을 합친 것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새 위원회는 정부가 아니라 노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새 기구의 명칭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한다는 데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며 “합의 또는 확정이 아니라 의견접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노총 내부의 추인 절차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주체는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양대 노총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영계 대표의 목소리만 반영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논란이 많았던 여성, 비정규직, 청년,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표들의 의결권 문제도 가닥을 잡았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참여 주체를 확대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당연히 그들에게도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어떤 단체에 대표성을 부여할지 구체적인 논의는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새 대화기구에는 의제별로 △경제의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와 노동의 미래 위원회 △안전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위원회 △사회안전망 개선 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노동기본권 관련 위원회 구성 여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박태주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노동기본권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워낙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어 어렵게 마련된 사회적 대화 분위기에 지장을 줄이기 위해 미뤄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대화기구의 이름을 정하고 참여 주체를 확대하는 등 소기의 성과는 거뒀지만 사회적 대화 논의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전격적인 참여 결정으로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시작된 이후 총 11차례의 실무·운영위원회가 열렸지만 이날까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새 대화기구의 명칭뿐이다. “향후 지방선거, 개헌 논의, 남북한 정상회담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하루가 급한데 이름 바꾸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 주체를 확대하기로 한 ‘합의’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성, 청년, 소상공인 등에 의사결정권을 준다고 하지만 최종 결론 도출 방식을 만장일치로 하느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하느냐에 따라 참여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 대표자 3차 회의는 노사 간 교차 개최 방침에 따라 4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릴 예정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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