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류 시장은 한국보다 25배 이상 큰데도 숙취해소음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숙취해소음료로 미국 시장에서 6개월 만에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인 교포 청년이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82랩스(Labs)의 이시선 대표(28)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8’ 행사에 연사로 나서 82랩스의 창업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접한 숙취해소음료에 매력을 느꼈다”며 “미국에 이런 제품을 들여오고 싶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숙취해소음료의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 5달러에 제품을 파는 ‘가짜 사이트’도 열었다. 순식간에 2000달러가 모일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실제 생산한 제품은 없었기에 모든 돈을 돌려줬지만, 그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3군데의 생산 공장과 계약해 1000여 병의 견본품을 제작했다. 과거 근무했던 페이스북, 우버 등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견본품을 나눠주며 제품을 소개했다. 직접 제품 효과를 시험하기 위해 매일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술로 심장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갈 정도였다”고 했다.
미국 시장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매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결국 지난해 8월 전 직장인 테슬라를 나와 본격적으로 제품 제작에 나섰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제조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배송이 3개월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수출입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 물건을 받지 못할 뻔한 일도 있었다. 이 대표는 “물류나 제조업에 관한 경험이 전혀 없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82랩스는 숙취해소음료인 ‘모닝 리커버리’를 작년 11월 시장에 내놨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매출 30억원을 달성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포브스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같은 유력 미디어도 주목했다. 알토스벤처스와 슬로우벤처 등으로부터 제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800만달러(약 84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이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면서 테슬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테슬라 매니저로부터 받은 50만 달러가 82랩스의 종잣돈이 됐다”며 “언제든지 테슬라로 돌아오라는 약속도 받아 두려움 없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82랩스는 기능을 개선한 신제품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전체 고객의 40%가 제품을 재구매하고 있다”며 “새로운 제품으로 판매량을 더욱 늘리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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